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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Sep 13. 2024

인간이 가진 가장 파괴적인 감정, 시기심

인간이 가진 가장 파괴적인 감정 중 하나는 '시기심'이 아닐까 싶다. 시기심은 일단 한 번 느껴버리고 나면, 좀처럼 잊을 수도 없고 거역하기도 어렵다. 내가 그 누군가에게 '시기심'을 느낀 적이 있다면, 그 순간은 거의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 채 가시처럼 뇌리에 박혀 버린다. 이 가시를 뽑아낸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닌데, 만약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삶을 파멸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기심이 삶을 파괴하는 하나의 방식은 상대방에게 집착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에게 괴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대에게 오히려 더 집착하며 중독되는 묘한 성향이 있다. 각종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시기심 때문에 어떻게든 상대를 파멸시키려다가 자기가 파멸당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궁중에서 일어나는 각종 권력 투쟁들도 시기심이 얽혀 있고, 작가들이나 학자들의 전기에도 시기심에 얽힌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시기심을 한 번 느끼면, 우리는 상대에 대한 미움을 완전히 뽑아낼 수 없게 되고, 어느 순간 상대가 몰락하거나 파멸이라도 하면 입가의 미소를 숨길 수가 없다. 독일어로는 '샤덴프로이데'라고도 하는 이 감정은 아마도 인간이 가진 가장 기이하고도 악마의 모습에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무슨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단지 상대가 잘못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니, 이런 감정에는 확실히 소름끼치는 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각종 스릴러 작품의 중심에 시기심이 있는 경우도 매우 많다.

시기심이 작동하는 또 다른 파멸적인 방식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시기심은 타인에 대한 원망과 집착도 불러 일으키지만, 그것은 그래도 에너지가 밖으로 향할 때의 일이다. 반면, 시기심의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게 되면, 일종의 극단적인 회피 반응이 생긴다. 나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모두 회피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다. 일종의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면서, 세상 모든 시기심으로부터 도망치며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시기심을 대하는 이 두 가지 자세는 모두 그닥 현명하진 않은 것 같다. 나도 살아가면서, 거의 반사적인 시기심을 느낄 때가 있다. 시기심을 느낀 순간들은 거의 가시처럼 선명하게 기억나고 머릿속에 박혀 있기도 하다. 이런 시기심을 뽑아낸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믿는 하나의 방법은 있다. 그것은 시기심이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깊이 있게 마주해보는 것이다.

나는 왜 그에게 시기심을 느끼는가? 과연 그 시기심은 정당한 것인가? 시기심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나의 오만은 아닌가? 혹은 반대로, 내게는 굳이 시기심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것들은 없나? 그에게는 확실히 나보다 더 나은 점도 있지만, 나도 그보다 더 나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다 서로 더 잘난 점이 있으면, 못난 점도 있다. 더 나은 점이 있으면, 더 부족한 점도 있다. 모든 면에서 시기심을 느껴야 할 만큼 서열이 우월한 사람은 없다. 그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살아갈 뿐이다.

대개 시기심이란,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란데, 상대방은 내가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완벽하게 보이는 순간 발생한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상대의 풍족함 보다는 나 자신의 결핍을 가리킨다. 그 말인즉슨 시기심은 내가 나의 결핍을 온전히 마주하고, 그와 동시에 내가 그 밖에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에 가치 기준을 두고 살아가는지를 알려주는 준거점이 된다. 누구도 세상 모든 걸 가질 순 없고, 각자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며 살아갈 뿐이다.

단순한 부러움은 상대를 닮고 싶거나, 나도 성장하고 싶은 마음, 나아가 상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시기심은 내 결핍에 박힌 가시가 되고, 좀처럼 뽑히지 않은 채 거기에 더 몰두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가시 박힘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도 없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삶에는 반드시 시기심을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 때 시기심의 노예가 되어 지박과 회피라는 악마의 계약을 맺는 대신, 시기심을 넘어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지름길에 들어선 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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