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Feb 17. 2021

부부 사이의 가장 큰 문제, 대화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부 사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화가 안되는' 것인 듯하다. 정말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다고 할 정도로 이 '대화 안되는 것'을 공통적인 문제로 꼽는데, 사실 나는 '대화가 안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곧바로는 이해가 안되는 편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말하고 듣고 대화를 하면 되는 것인데, 대화가 안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싶기도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누군가와 대화가 안된다고 느꼈던 적이 딱히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보통 연인이나 부부가 말이 안통한다고 하는 상황들을 물어보고 들어보게 되는데, 대개는 몇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서로가 자기 방어로 가득한 경우다. 무슨 말을 하면,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그런데 상대는 자신이 '공격'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어하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다. 대개 한쪽이 자기방어가 심하면, 다른 한쪽이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면서 대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양쪽 다 자기방어가 심하면 모든 말을 곡해하고, 히스테리적으로 받아들이고, 피해의식 속에서 이해하느라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보통 이런 부부간의 자기방어는 서로로 인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으로 비하하며 싸운 적이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그에 대한 자기방어가 생긴다. 그러면 한 사람이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돈을 아끼자는 이야기를 하거나,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면, 상대는 그 모든 게 '돈 적게 버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 싸우면서 늘어난 자기방어와 피해의식의 성벽들이 많아질수록, 대화라는 건 점점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조금 다른 경우는, 어떤 두려움으로 인해 각자의 가치관을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 두려움 때문에 상대를 구속하거나 절대로 고집을 꺾지 못하는 일 같은 게 생긴다. 상대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데 절대로 못하게 한다든지, 상대가 어떤 일을 했는데 지나치게 타박한다든지, 절대로 타협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고집이 너무 강한 경우, 그는 대개 어떤 두려움을 깊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 한 번 해봐, 당신이 원하는대로 해봐, 당신이 하고 싶으면 해봐야지, 하는 말은 적어도 그 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대개 가치관이 다를 때는, 내 가치관이 아닌 다른 가치관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집을 사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강한 사람은 함께 공동체를 이룬 사람의 그와 같은 일을 받아들이기 무서워한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의 삶을 차단하듯이 상대의 삶도 차단하고자 한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두려움이 깊은 사람은 그 두려움을 건드리는 상대의 가치관을 용납할 수 없고, 결코 대화할 수 없는 지점을 갖게 된다. 




결국 보통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를 이겨낸 결과인 듯하다. 하나는 자기방어를 이겨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이겨낸 것이다. 그래서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자기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 이는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필요로 하는 일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모든 것을 비교당하며, 평가에 의한 우열과 경쟁에 익숙해진 세대는 그런 근본적인 신뢰를 갖기가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또한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대개 인생에서 아주 나쁜 일이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기도 한다. 어지간해서는 인생의 일이란, 잘 알 수 없고, 우연에 달린 경우도 많고, 그렇게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 믿으므로, 이별과 파탄이란 드문 것이라 믿기 때문에, 상대를 용인한다. 보통 이런 사람은 아마도 인생을 겪어오면서 여러 실패를 극복해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거의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가장 실패를 두려워하고, 또한 너무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사람도 자기가 쌓은 성 바깥의 일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실패와 극복은 성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일을 그리 어려워하지 않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도 할 만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결국 대화가 잘되고 안되고의 문제라는 것도, 단순히 이해력이나 화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에 대한 태도와 관련되어 있지 않나 싶다. 상대가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믿음, 내가 상대를 공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내가 상대의 말을 곡해하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반성, 나와 상대의 두려움을 서로 알고 인정해주는 습관 같은 것들이 대화를 결정짓는 요소들일 것이다. 결국 대화가 안된다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어떤 무기나 방패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23b



%23b




540Sarah Amaterasu Han, 김정주, 외 538명




댓글 30개




공유 155회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마음으로 다시 사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