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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Nov 26. 2024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고 다정한 관계를 맺으며 살기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고 다정한 관계를 맺으며 살기.'라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인생의 목표일 수 있는지 생각한다. 어쩌면 이 목표는 100억 벌기나 내 분야에서 전국 10등 안에 들기보다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평생 그러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이루다가, 삶의 막바지에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떠날 수 있다는 건 '복 받은' 인생임에 틀림없다.

이 목표가 특히 어려운 것은 그 속에 인생의 여러 측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것들은 등한시하고 사람들만 쫓아다닌다고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아무나 좋다고 웃어준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그만큼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고 싶을 만큼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법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보면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고 다정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일은 총체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삶을 사는 일이다. 사실, 내 주위에는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들이 자기는 그렇게 인복이 좋지 않을 줄 알았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자신은 좀 까다롭거나 까탈스러운 면이 있고, 사람을 가리는 면이 있다 보니, 자기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남지 않을 거라 믿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덧 보니, 주위에 너무 좋은 관계들이 많이 남아서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제법 보았다.

그런데 나는 그게 일종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 확실한 사람은 까다롭다. 아니다 싶은 사람을 걸러내고, 자기랑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까탈스럽게 여기는 사람 주위에는 실제로 그가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남는다. 사실, 의미 있고 좋은 관계를 맺는 비결에는 일종의 '까다로움'이 있는 것이다.

까다롭지 않으면 주위에는 온갖 사람들이 득실거릴 수 있다. 나를 이용하고 버리려는 사람, 나를 등처먹으려는 사람,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가득하게 될 수 있다. 그 대신 내가 원하는 삶이 분명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의지가 명확할수록, 우리는 까다롭게 사람과 연을 맺을 수밖에 없다. 물론, 두루두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어볼 수는 있겠지만, 진짜 깊은 관계를 맺는 건 내게 진짜 괜찮은 사람 뿐이다.

이 까다로움은 자기 삶에 대한 까다로움과 이어진다. 그냥 남들 사는대로 살고, 남들에게 휩쓸리고, 탐욕이나 허영심에 휘둘리는 삶에 좋은 관계가 정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신 자기만의 가치관을 갖고 자기에게 진짜 좋은 삶을 추구하는 까다로움이 그만의 삶을 만들고, 그에게만 어울리는 좋은 관계들을 남긴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고 다정한 관계를 맺으며 살기'라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일이 아니다. 세상 모두에게 미움받지 않는 일도 아니다. 세상 모두의 마음에 들고자 애쓰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까다롭고도 구체적이며 고유한 나의 삶을 사는 일이다. 그 속에서 진짜 관계들을 남기는 일이다. 이 일은 어렵지만 해볼만 할 수 있다. 어쩌면 죽기 전에 삶을 후회하지 않을 몇 안되는 방향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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