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돈 자랑을 좋아하는 듯하다. 자존감이 낮다는 건 보통 상대가 나를 '얕잡아' 보고 있다고 믿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가 항상 나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는 돈 자랑을 해서 그 평가를 뒤집고 싶어한다. 그래서 내가 돈을 잘 번다, 돈을 잘 쓴다, 비싼 걸 갖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여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그렇게 돈 자랑을 하면, 상대방이 나를 부러워하거나 우러러본다고 믿게 된다. 적어도 '우습게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돈을 최고의 가치로 숭상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돈에 따라 서로의 서열을 나누기 때문에, 그런 전략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은 실제로 <우와, 저 사람 우습게 봤는데 돈 잘 버는 대단한 사람이었네.>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방의 머릿속을 안다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사실 상대방은 돈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지 따위에 관심이 없었는데도, 굳이 돈 자랑하는 걸 보며 오히려 <천박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고작 그 정도로 자랑하는 건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랑할 게 돈 밖에 없다니 불쌍하군.> 생각할 수도 있다. 나아가 시기질투로 미워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라는거야. 사기꾼 아니야?>
결국 돈 자랑하는 사람은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상대로부터 존중이나 존경 같은 걸 얻고 싶었지만, 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돈 자랑'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역으로 내 마음을 한 번 파고 들어가볼 필요가 있다. 돈 자랑이란, 기본적으로 외부를 향해 액션을 취하고 무언가를 얻고 싶어하는 행위지만, 사실 필요한 건 나의 내부를 향해 들어가서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먼저, 자존감이 낮은 이유를 고민해본다. 하나씩 따져보면, 내게 부족한 게 보일 것이다. 인간관계, 사랑, 인정, 교양이나 지식, 내 일에서의 실력이나 능력 등 진짜 결핍된 걸 찾아본다. 그리고 그것이 과연 '돈 자랑'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나아가 '돈'이라는 기준이 세상 사람들이 진실로 나를 인정하거나 사랑하여, 나의 결핍을 메우는 역할을 해낼 정도로 중요한 기준인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비싼 시계를 차거나 명품 가방을 들고 외제차를 타고, 남들에게 돈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면,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올라가는 듯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자존감 비슷한 무언가는 오히려 더 비싼 것을 가진 사람 앞에서 더 극심하게 추락해버릴 수도 있다. 나아가 괜히 상대방의 시기심을 자극하여 사이가 멀어지게 하거나, 상대방이 내게 갖고 있던 최소한의 존경마저 사라지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그러다 어느 밤, 내가 돈 자랑 밖에 할 게 없는 천박한 인간은 아닌가, 하고 괴로워하다가 남은 자존감마저 바닥나버릴 수 있다.
나는 '돈 자랑' 자체가 꼭 나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때로 돈은 가난을 딛고 일어나 자수성가를 이루기까지의 성실함, 노력, 끈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능력과 혜안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돈 자랑'을 하고 싶을 때, 과연 그게 그만큼 내 자존감에 효과적인 일인지, 나에게 좋은 일인지, 그 효용성을 따져보면 좋을 듯하다. 내 생각에는, 다단계 사기를 칠 생각이 아니라면, 마음의 건강이나 행복에 그닥 효과적인 행위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