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서 요리를 전담하면서, 내가 왜 요리를 좋아하나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요리가 '마음을 받는 행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리를 해주면, 마음을 돌려받는다. 맛있는 거 해줘서 고마워,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 건강하게 먹어서 좋아, 이런 마음들을 받는다. 사실, 일상에서 이런 마음을 받기 가장 쉬운 게 '요리'가 아닌가 싶다.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타인으로부터 그와 비슷한 마음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당신이 있어 다행이야, 당신 덕분에 행복해, 당신이 있어줘서 고마워, 받고 싶은 마음이란 대략 그런 것일 것이다. 내가 알기로, 그런 마음을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런 마음을 어떻게 해야 받는지 모르고, 그래서 대개는 그런 마음을 받기까지가 너무 어렵고 귀찮게 느껴질 뿐이다.
요리는 그런 마음을 받는 가장 할 만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몇 가지 재료를 구매해서 손질하고, 다듬고, 씻어내고, 푹 찌고, 삶고, 버터에 굽고, 짠맛과 단맛을 조절하고, 그렇게 만들어낸 것들을 예쁜 그릇에 담아 올리면, 다들 음식 앞에서 어딘지 '고맙고 기쁜' 마음이 된다. 타인이 차려준 음식 앞에서 그런 마음을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 길가에 놓인 돌멩이 보는 양 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세계에는 없다. 그것이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의 세계다.
사실, 혼자 있으면 요리 같은 건 도저히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인스턴트로 2분 내에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로 조리 가능한 걸 택하게 된다. 그러나 먹어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주로 아내 혹은 아이-,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나는 먹는 사람이 좀 귀찮을 수 있지만, 꼭 '맛있냐'고 물어본다. 그럼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다. 요즘 아이는 외식도 하기 싫어한다. 아빠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로 맛있다고 생각하고, 말해주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이는 통통하게 살도 오르고 있다. 나는 매끼니 아이에게 거르지 않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먹인다. 어떻게든 아이가 좋아하게 만들어낸다. 아이가 싫어하는 야채들도 요리 볶고 저리 찌고 양념을 해서 결국 좋아하게 만든다. 고기와 생선 등 단백질도 끼니마다 다르게 준다. 아내는 "여보가 요리한 뒤로 확실히 뭔가 건강해진 것 같긴 하다."고 말한다.
설거지 담당이었을 때도 설거지가 싫지는 않았다. 가만히 설거지하며 여러 생각들을 해나가는 시간도 나름 좋았다. 그렇지만, 나는 무언가 열심히 만들어주고, 생색내고, 고마움 받은 그 순환을 확실히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내랑 둘이 있을 때도, 부지런히 이것저것 만들어 먹인다. 쌀국수, 파타야, 멸치국수, 각종 해물 파스타에, 아롱사태 수육, 메로 스테이크, 가지구이, 시금치절임, 두부간장국수, 카프레제, 시금치전 등도 해줬더니 너무 맛있다고 하고, 아무튼, 매끼니 열심히 먹이고 있다. 사실 덕분에 나도 요리할 맛이 나고, 스스로도 잘 먹고 있다.
간단히 애써서 고마운 마음 받기, 이것은 삶의 여러 영역에 적용할 만한 원칙일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 간단한 선물을 주고, 내가 도와주거나 기여해줄 수 있는 걸 찾고, 너무 무리가지 않는 선에서 해줄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다 보면, 이 '마음 모으기'를 꽤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다. 그러면 건강한 음식을 먹듯, 나의 마음도, 이 삶도 조금은 더 건강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마음들을 모으며 산다는 것은, 역시 꽤나 즐거운 일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