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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께하고 싶은 출판사

by 정지우

개인적으로 나는 함께할 출판사를 정할 때 복잡한 계산은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지금까지 함께해온 출판사가 10군데는 넘지만, 특별히 인세를 많이 챙겨주거나 출판사 규모가 대형이거나 유명 출판사이거나 하는 건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언제나 내 글과 책을 직접 만들어줄 편집자님과의 소통이었다. 출판사가 1인출판사든 매출 규모 1, 2등의 대형출판사든 마케티팀 규모가 어떠하든 하는 건 딱히 고려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실제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책들도, 1인 출판사부터 유명 출판사까지 섞여 있고, 거기에서 내가 고려한 기준은 하나 뿐이다. 나와 함께 작업할 편집자님이 내가 쓰는 글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내 작업과 활동을 이해하며, 그래서 앞으로 함께하는 동료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만이 내겐 중요하다. 내가 무슨 책을 썼는지, 무슨 글을 쓰는지도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기획을 주는 듯한 경우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대형출판사 팀이라 해도 거절한 경우가 제법 있다.

사실, 나는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출판사 입장에서도 함께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출간하면 재쇄 정도는 항상 찍으니까 손익분기점 정도는 넘겠지만, 그렇다고 출판사에 엄청난 이익을 남겨주거나 흥행이 보장된 작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도, 출판사 입장에서도 엄청난 돈이 오가는 무슨 거래 현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얼마나 진심으로 협업하여 함께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

특히, 출판사에서 오직 책을 돈으로만 보고 허겁지겁 해치우듯이 책을 만들어서 적당히 출판사의 종수만 채우려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편집자님도 어디서 '저 작가 원고 받아와라.'라는 느낌으로 지시를 받아서 적당히 기획하여 주면 좋고 아님 말고 식으로 제안줄 때도 있는데, 서로에게 별로 필요한 존재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대단한 돈벌이 되는 글 쓰는 입장도 아닌데, 적어도 서로에게 애정과 정성을 가지고 충분히 소통하며 함께 한 시절을 보낼 사람을 만나 일하는 게 가장 좋지 않나 싶다. 그러면 함께한 시간 자체가 평생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렇게 내게 인연이 되었던 편집자님들과는 처음 만난 카페에서의 순간까지도 기억이 난다. 대화도 즐겁고,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영감도 피어나고, 한 시절을 함께 하나의 꿈을 갖고 일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바라는 건 그 정도다. 그리고 그렇게 책이 나오면, 책이 잘되거나 아니거나는 다소 운명에 맡겨져 있다고도 생각한다. 잘 되면, 나와, 편집자님과, 세상의 마음이 일치했나 보다 싶다. 잘 안 되면, 뭐, 잘 안 맞았나보다 싶다. 그러나 마음을 다해 함께 작업한 일들을 후회했던 적은 없다.

그래서 요즘 내가 많이 같이 일하는 분들은, 거의 딱 두 경우다. 1인 출판사 편집자님이거나, 출판사에서 편집자 개인에게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는 경우다. 1인 출판사 편집자님이랑은 그야말로 서로의 명운을 걸고 책 한 권이 나와도 열심히 즐겁게, 함께 한 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낸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편집자 개인이 자유롭게 저자를 발굴하고 기획하고 작업을 하는 출판사와 일하는 것도 좋다. 함께 속도 조절해가고 기획을 나누면서 나아가는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억지로 하는 일도 아니라, 순수한 자율성과 자발성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느낌 속에 나도 좋은 시절을 보내는 느낌이 든다.

가능하면,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럴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렇지 않은 일이나 관계들을 갈수록 없애거나 정리하고, 서로의 자율성과 자발성으로 함께할 수 있는 관계들이 가득해졌으면 한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한 순간이라도 더 진정성 있고 즐겁게 보내려면, 역시 그렇게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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