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 권 팔면, 작가는 1500원 정도를 받는다. 요즘 우리 동네 붕어빵은 3개에 2000원 정도 하는데, 아마 붕어빵 3개 판 것과 책 한 권 판 것의 이익이 대략 비슷할 것이다. 아이는 요즘 매일 500원짜리 4개 들고 가서 붕어빵 사는 데 재미를 붙였다. 동전 바꾸기가 귀찮을 수 있고, 1500원이 큰 돈도 아니지만, 붕어빵 사장님은 매번 아이에게 친절하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나도 책을 사주는 분들이 고맙다.
꽤 여러번 생각해봤지만, 그건 뭐랄까, 1500원 줘서 고마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고마운 건 내가 쓴 글들에 자기의 소중한 돈을 쓸 만큼 가치있다고 여겨주는 그 마음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볼거리도 넘쳐나고, AI한테 시키면 하루종일 읽을거리도 만들게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굳이 돈을 들여 내가 쓴 글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래도 내가 쓴 글에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믿어준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고맙다.
책을 낼 때마다 듣는 얘기 중 하나는, 매일 SNS로 공짜로 글 읽는 게 미안해서 책 한 권 샀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매일 공짜로 내가 쓴 글을 읽지만, 그래도 돈을 내고 싶을 정도로 가치 있다고 믿어준 것과 같다. 마치 길거리에서 매일 버스킹 연주하는 밴드가 있는데, 그가 불쌍해서도 아니고, 예의상도 아니고, 아침마다 듣는 그의 연주에 진심으로 돈을 내고 싶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고마운 건 그런 마음인 것이다.
아이가 매일 붕어빵 가게로 달려가는 건, 단순히 붕어빵이 너무 맛있어서 뿐만 아니라, 그러는 게 좋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가 직접 돈을 내고 매일 그렇게 무언가를 사먹는 건 아이에겐 처음 있는 일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에 지불하는 그런 존재가 된 느낌을 아이는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무분별한 소비는 나쁘지만, 자기에게 진짜 가치와 행복을 준다고 믿는 것에 하는 소비의 경험은 삶에서 중요한 정체성을 만들어준다. 내가 믿는 것에 나의 소비를 하는 것이 바로 '나'라는 인간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아이랑도 자주 서점에 간다. 갈 때마다, 아이에게 네가 가장 원하는 책 한 권을 무엇이든 고르라고 한다. 만화책이든 종이접기책이든 따지지 않고 사준다. 아이는 그렇게 자기가 믿는 가치에 대한 소비를 배우면서, 자기 자신이 되어갈 것이다. 나중에 크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자기의 소중한 시간을 써서 번 돈을 그 누군가에게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이다. 내가 매달 책을 몇 십권씩 사는 것의 이유와 의미도, 그렇게 알게 되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