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딱히 내 삶을 남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일이 없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답은 의외로 '단단한 자존감' 같은 게 아닌 듯하다. 그냥 동일한 구조로 비교할 사람 자체가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사건 수임으로 살아가는 일반적인 개업 변호사였다면, 다른 개업 변호사와 비교하기 바빴을 것이다. 나보다 사건 수임 많이 하는 변호사를 부러워하고, 적게 하는 변호사한테는 알량한 우월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내가 로펌에 소속된 직장인이었다면, 다른 변호사들과 월급과 워라밸로 비교하면서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무래도 주위에 비교할 사람이 없다. 작가라고 해도, 책 판매량만 가지고 우열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며, 책 인세만으로 먹고사는 것도 아니니 그것이 자아 정체성이나 인생의 우열에 딱히 핵심 기준이 되지도 못한다. 강의를 많이 다니거나 적게 다닌다든지, 유튜브 출연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만 가지고 비교하기엔, 내 삶은 너무 잘게 쪼개져 있다.
대부분의 비교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동질감을 전제로 한다. 같은 학교 출신의 동기동창끼리 서로 비교하거나, 같은 나이대의 학부모끼리 비교하는 식이다. 그런데 나는 딱히 만나는 동기동창도 없을 뿐더러, 나이 비슷한 학부모조차 주위에 없다. 그냥 다들 너무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딱히 비교할 만한 게 없다. 책을 몇 십만 부씩 파는 작가와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 느끼기에는, 나는 나대로 그밖의 여러 일들을 하며 가치와 의미를 얻으며 살아가기에, 유일한 기준이 못 된다. 매달 억대씩 사건 수임하는 변호사랑 비교하기에도, 삶의 방식이나 수익구조가 너무 다르다.
그래서 어느 봄 날, 오후에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도대체 나는 누구이며, 누구랑 비교하며 살고 있는 걸까, 내 주위에는 내가 비교해야 할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는데 역시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역시 업계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서, 누가 딱히 더 우월하다고 하기가 곤란하다. 그냥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또 그런 사람들을 유달리 더 좋아한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받는 영감이 좋고, 어쩌면 비교하며 시기질투할 일 없어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일 때문에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만나며 살다 보니, 삶에 나름의 평온이 자리잡는 것 같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일만 하며,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될 뿐, 그 길에서 특별히 비교하며 고통받을 일이 없다. 다만, 나의 일은 계속 열심히 해나가야 한다. 이 나름의 흐름이 유지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나름의 성실함을 매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계속하여 나의 글을 써나가는 일이 이 삶의 가장 중요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속한 곳과 그곳의 사람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단단한 자존감'으로 중무장해도 마찬가지다. 소외감, 박탈감, 시기질투, 부러움, 우월감, 열등감 같은 것들이 쏟아져 들어오며,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건, 삶 자체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돈으로 비교하는 데 목메는 동료를 가볍게 무시하며 헬스에서 성취를 얻는다. 아니면 글쓰기를 하며 자아실현을 한다. 가장 좋은 건 아예 나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할 일 없이,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삶에는 그런 평온이라는 게 진짜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