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속상한 일의 대부분은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내가 원하는 것과 당신이 원하는 것이 다를 때, 화가 나고, 밉고, 괴롭고, 원통하고, 슬프고, 짜증나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만 헤아려봐도,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이 일치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일치하는 순간들이 있다면, 그것이 기적과 다름 없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진리이지만, 살아가다 보면 그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기가 참 쉽지 않다. 당연히 내게는 나의 마음, 입장, 상황, 욕망, 염원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그런 것들이 있기 마련일 것이다. 그런 것들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나의 잘못이거나 당신이 죄인이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어서, 조금 아쉬워할 정도의 일은 아닐까?
물론, 세상에는 함께 살아가기로 해서 서로의 마음을 끊임없이 맞추자고 합의한 관계들도 있다. 가령, 부부라든지 가까운 친구라든지 동료라든지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면서, 가능하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맞추자고 합의한 사이라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가까운 사람과도 마음을 서로 맞추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 온 마음을 써야 할 일이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같이 애써도 쉽지 않은 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속상함'은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예정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내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너무 비극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해, 불일치, 서로 다른 입장이나 마음,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건 마치 온 세상에 서로 다른 돌멩이들이 무수히 널려 있듯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당연함을 인정하고 나면, 나에게 미움, 실망, 분노, 울분, 같은 걸 준 그 사람에 대해서도 일견 이해하는 마음이 피어오르기도 하는 것 같다. 또 그러고 나면, 나 자신도 이해하게 되고, 그저 인생사 그런 것이구나 받아들이게 되기도 한다.
인간이란 태생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의 기대나 마음을 배반당하고, 다른 누군가의 기대나 마음을 배반하며 살아간다. 날씨가 내 뜻대로 되지 않듯이, 나의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건 그리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그런 일인 것이다. 그냥 그게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