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임지는 만큼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의 책임일수록, 그래서 그에 구속될수록, 나의 시간을 쓸 수밖에 없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수록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나라는 존재를 사랑하는 대상이라는 항아리에 밀어넣고, 그 항아리 속에 삶을 가두고, 그렇게 마음과 삶을 다하면 다할수록 사랑하게 되는 듯하다. 책임질수록 열정을 다하게 되고, 주도적이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감에 가까운데, 그래서 내게는 애쓰는 일들만이 삶이 된다고 느낀다. 편하고자 하고 피하고자 하고 적당히 하고자 하는 건 사실 삶의 범주에 들지를 않는다. 심지어 가족만 하더라도, 적당히 사랑하려고 하면 사랑 자체가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사랑하려면 그만큼 시간을 쓰고 애쓰고 체력을 쓰고 노력을 해야 한다. 적당히 내버려둔 시간 속에서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 같은 게 들곤 한다.
그래서 종종 드는 생각은 정말 내가 마음을 다하여 사랑할 수 있는 장소로, 기회로, 시간으로 더 적극적으로 떠나야 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삶이라면, 내게 주어진 것들을 더 치열하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 가령, 내가 바다를 곁에 두고 산다면, 어느 주말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나의 사업이나 일을 하며 온종일 보낸다면, 나는 더 일다운 일을 하며 삶을 채우는 기분이 들 것만 같다.
그러면서 하나 멀어지는 관념이라는 게 있기도 하다. 그냥 적당히 편안하게 일하고, 손쉽게 시간들을 소비하면서, 가장 쉬운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채우는 식의 '마냥 워라밸 좋은 소비하는 삶'이라는 건 어쩐지 피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보다는 무엇을 하더라도 마음을 쏟아내듯이 해내고, 한 시절의 사랑이라는 것에도 삶을 불태우듯이 사랑해내는, 그런 감각이나 실감을 지녀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느 시절마다 동경하거나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마냥 평온한 상태의 행복이라는 것을 아주 잘 믿지는 못하는 듯 하다. 그보다는 치열한 실감이 있고, 매일의 햇살이나 달빛 속에서 삶의 생생함과 열정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어떤 삶을 희망처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모든 것을 다하여 책임지는 삶, 삶을 책임진다는 그 실감이 나를 살아있게 할 것만 같은 예감 같은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