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수록 느끼는 것인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욕하거나 뒷담화를 당하는 일에 너무 신경쓰거나 스트레를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 타인에 대한 이야기라는 연구도 있다. 더 흥미로운 건 대개 부부들이 서로의 결속력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이 '다른 부부 욕하기'라는 점이다. 다른 부부의 삶을 흉보거나 안타까워하거나 평가절하 하고, 자기 부부가 더 낫다고 안심하며 결속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거의 모든 연대는 다른 연대를 적대시함으로써 강화된다. 대개 강고한 집단일수록 반드시 그 집단과 적대하는 다른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대단한 규모의 집단이 아니더라도, 두세사람이 모이는 정도의 집단, 소규모의 사람관계에도 해당된다. 서로가 안심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솔직해질 수 있는 데는, 서로가 아닌 다른 그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관계 맺기와 자기합리화, 집단화에 대한 심리학 연구는 꽤나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가령 어떤 부부는 반드시 우리 부부를 평가절하하며 위안을 얻고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를 험담하면서 그들만의 결속력을 강화하거나 자신의 삶이 더 상승한다는 느낌을 얻고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이 다 인간의 운명 같은 것이어서, 그냥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낫다고 느껴진다. 어느 때는, 일부러 나를 평가절하하거나 나에 대해 왜곡하여 자기 위안을 삼는 사람을 보게 될 때도 있는데, 대개는 측은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누구나 다 자기 삶 하나 간신히 건사하기 위하여 저마다 참 다양한 자기 합리화나 자기 위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르면 몰라도, 나 또한 친한 사람이나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가 아닌 '다른 어떤 누군가'를 설정하면서 우리의 결속감과 연대감을 강화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구체적인 그 누군가를 인격 모독하거나 비난하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그러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다. 그런 건 하고 나면 나중에 결국 나 자신이 더 기분 나빠지곤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 자신이든, 우리든, 어떤 정체성과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누군가, 우리가 아닌 그들이 있어야 하는 건 어느 정도 진실인 것 같다.
그러니까 사실 누구도 그렇게 인격적으로 완벽할 수도 없고, 누구도 백지처럼 깨끗하게 아무 욕도 안 먹고 살 수도 없고, 누구도 천사처럼 그 누구에 대해 아무런 뒷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그저 각자 자신을 견뎌내기 위하여, 조금 안심하고 싶어서, 조금은 위안을 얻거나 자기 확신을 얻고 싶어서, 그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저지르거나 겪으며 살아간다. 만약, 어떤 종류의 말들이 명백히 부당하고 나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면 맞서 싸워야 겠지만, 그정도가 아니라면 인간사 다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둘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저 나야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고 살아가면 그만이고, 그밖의 사람들은 또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 뿐이다. 어찌보면 그들 또한 나처럼 행복하고 싶은 몸부림을 치는 것 뿐이니,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저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