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의 리뷰는 인스타그램에 100개 이상이 올라왔고, 블로그에도 그 정도가 올라와 있다. 참 고마운 이야기들이 많은데, 흥미로운 점은 상당수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읽은 적 있는 독자이거나, 읽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을 발견할 때 정말 반가운 기분이 든다.
요즘에는 책을 어떻게 기획하고 마케팅하느냐에 따라 같은 작가의 책도 10만권이 팔리기도 하고, 1000권이 팔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 책은 거의 모든 책이 일정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고,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정도이다. 극단적으로 잘 팔린 책도 없고, 극단적으로 안 팔린 책도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일정한 독자들이 책을 반겨주나보다, 하고 믿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적어도 나에게는, 책을 내는 일이란, 특정한 독자군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 같은 걸 맺는 일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신뢰 관계란,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는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어떤 관계도 이렇게 장기적으로 진득하게 이어지는 관계이지 않았다. 마치 한 마을과 그 마을 중심에 있는 은행나무의 관계가 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나는 지난 10년 이상 책을 써왔다. 그런데 지금 북토크에 오거나 리뷰를 남겨주는 분들 중에는, 10년 전에 첫 책을 냈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어주는 분들도 있다. 그 사이, 나도, 그도 참으로 긴 세월동안 많이 변해왔을 것이다. 주위 인간관계도 거의 물갈이 되었고, 10년 전과 지금은 나 자신에 관해서도 같은 것보다 다른 게 더 많다.
그럼에도 그 누군가는, 내가 지난 10년간 온 마음을 담아낸 그 글쓰기의 궤적들을 함께 해주었고, 그렇게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어지는 어떤 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책 한권을 내더라도, 그렇게 간단한 마음으로 낼 수는 없다고 느낀다. 글 하나하나에 대해 그 약속과 관계와 신뢰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책임이 나에 대한 구속까지는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들을 자유롭게 쓰는 일을 막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의 여러 영역들을 열어두기도 했다. 뉴스레터 글쓰기, SNS 글쓰기, 칼럼 글쓰기 등 내 자유의 글쓰기 영역들을 확보해 두되, 책 쓰기 영역에서만큼은 내가 한 명의 '작가'로서 그 영역이 계속하여 이어지고 있다는 그 신뢰성 만큼은 남겨두고자 애쓴다.
아무튼, 살아가면서 실제로 경험하는 것들은 그저 짐작하는 것과 미묘하게 다른 면들이 있는 듯하다. 책을 10년간 출간해보기 전에는 이런 것을 알 수 없었다. 꾸준히 해나가는 일에서는, 그 꾸준함으로부터만 얻을 수 있는 묘한 경험의 영역이라는 걸 만나게 되는 듯하다. 20년 뒤는 또 다를 것이고, 다른 일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