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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27. 2022

신간을 출간하면서

책이 출간되고 나면, 보통 한달 정도는 주변에 열심히 알리려고 한다. 무슨 대단한 베스트셀러를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다. 그저 초판 정도나 소화되어 출판사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내가 쓴 글들을 알아봐주고 정돈해준 편집자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닿는 기쁨으로, 출간 이후 한두달 정도는 애써 분주해지려고 한다. 최근에도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를 출간하면서 꽤나 부지런한 몇 주를 보냈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기 인생이라는 것은 남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고, 자기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가만히 있는 나를 위해 애써줄 사람이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보다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고, 스스로 애쓰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들이 나를 도와준다 할지라도, 상호적인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 믿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인생 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알아봐주고, 이끌어주고, 그에게 삶을 '떠먹여주는' 팔자라는 것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인생 팔자라는 건 그렇지 않다고 확신하는 편이다. 내 인생은 언제나 내가 애쓴 딱 그만큼만 돌려주었다. 적어도 물을 퍼내고 있는 동안은 가라앉지 않은 구멍난 보트 정도가 내 삶이라 느낀다. 그것만 해도 행운이 아닐까 하며 살아간다. 애씀이 허무가 되지 않는 정도의 삶을 부여받은 것 말이다. 

인생이라는 게 바람을 타는 낙엽처럼 그렇게 자연스레, 물흐르듯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어릴 적 나도 그런 삶을 꿈꾸었다. 그러나 내가 느낀 인생은 간신히 갯벌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는 일에 가깝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의지'다. 매순간순간이 의지이고, 매일매일이 의지다. 그러니까 의지박약이 되는 순간, 나는 아마 삶이란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온 우주가 나를 이끌어준다는 기운을 느끼며 에테르 속에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든 순간에 정글 속을 걸어가는 의지와 자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쪽이다. 

살아갈수록 곁에 함께하며 서로를 살피는 사람들도 결국 그런 사람들인 것 같다. 물흐르듯 삶을 쓸어담는 듯한 사람이 아니라, 매일 애쓰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견디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곁에 남는다. 삶을 의지로 붙들어 메고, 분투하듯이 매순간 살아가되, 삶을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그 속에서 한 줌 소중함들을 길어내고자 애쓰는 사람들과 삶을 나눈다. 

그러니까 나는 서로의 애씀을 이해하는 사람들 곁에 머물고 싶다. 삶이 어렵다는 걸 알고, 그 어려움을 받아들이고자 애쓰는 사람들과 삶을 나누고 싶다. 삶이란, 사실 그 애씀 바깥에는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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