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파리에서 반려동물의 권리
당신 강아지 죽었어요?
어렸을 때 한국에서 강아지를 키우면서 제대로 된 산책을 나간 경험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우리 가족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였던 요크셔테리어 '전조'는 우리가 집에 들어오고 나갈 때, 항상 문 앞에 대기해 있다가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쏜살 같이 달려 집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그 당시 우리가 전조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던 적은 일주일에 1번 정도 되었으려나...? 우리는 이 작은 동물의 본능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의도하지 않았지만 집 안에서 감금하는 것과 다름없이 키웠던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바깥공기를 마실까 말까 한 상황에서, 전조는 늘 탈출을 꿈꿨을 것이다. 동물원에서, 수족관 안에서 갇혀 살면서 점점 예민해지고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동물들처럼 반려견들도 오랫동안 집 안에서 나가지 못하게 되면 먹을 것에 집착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거 같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성인이 되고 나서 노아와 투비를 키우면서는 최대한 자주 산책을 나가려고 했지만, 귀차니즘에 굴복하고 아이들과 며칠 동안 산책을 거르게 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에서 마주친 옆집 할머니가 우리에게 충격적인 질문을 했다.
"Il est mort?"
"당신 강아지 죽었어요?"
질문을 듣고 웃음이 빵 터진 우리와 달리 그 할머니는 정말 진지했다. "나는 당신 강아지를 며칠 동안 못 봤어요..." 파리에 가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파리 거리에서는 항상 개똥을 피해 다녀야 한다.
그 당시 파리는 한국처럼 열심히 배변 봉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기도 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닌다. 강아지들이 집안에만 있는 것은, 반려인이 가하는 엄청난 학대인 것이다.
그러니 며칠 동안 우리 집 강아지를 보지 못한 할머니는 강아지들이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 (파리지앵들은 이웃 '사람' 보다, 이웃 '반려동물'에게 더 관심이 많은지도...)
그 이후로는 거의 매일 노아와 투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파리에서 매일 같이 산책을 나오는 다른 강아지들, 산책뿐만 아니라 학교 교장실에서 상주하던 강아지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풍경들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모든 강아지들의 산책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되기를! 해가 지기 전에 투비를 데리고 나갔다 와야겠다. : )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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