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의 꽁무니를 좇는 달처럼, 장거리 심야 버스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르며 부유하는 이런저런 생각들. 피로 때문에 주제는 쉽사리 바뀌고 깊이는 없다. 차창밖을 휙휙 스쳐 지나가는 어두운 풍경 마냥 잔상조차 안 되는 그런 생각들 중 하나.
고향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고 나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나와 그가 기억하는 나, 내가 바라보는 지금의 나와 그가 바라보는 지금의 나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 괴리감을 그대로 안고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서너 시간 달리는 동안에, 문득 헤아려보게 되는 거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했기에 짐짓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이끌어나가며 성공에 덤덤하고 실패에 쿨한 사람인 척했지만, 나의 순간순간은 태초부터 견디는 것. 또 버티는 것. 잘 견디고 잘 버티다 보면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든 감정이 무뎌지고, 만사가 부질없다 싶은데 이건 나만 이런 건가. 아니겠지. 나는 나도 안쓰럽고 타인도 안쓰럽다. 뜻대로 안 되는 몸과 마음과 상황들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 매번 후회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
밤에 끄적인 글을 낮에 보는 것은 싫은 일이다. 절절했던 것이 구질구질해지곤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