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짤막하게

007. 토리노의 말, 이다, 콜드 워

by 지예강

흑백영화의 어떤 장면은 이미지로 선연하게 각인된다.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오프닝 시퀀스도 물론이지만, 내게 충격을 준 건 마부가 뜨거운 감자를 주먹으로 으깬 뒤 입으로 가져갈 때의 그 모습과 눈빛. 살기 위해 사는 남자의 고단한 하루의 끝에 남는 건 감자 한 알이고, 그는 내일도 두꺼운 옷을 몇 겹씩 껴 입고 혹독한 세상에 맞서야 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또 감자를 먹겠지. 같은 방식으로. 그 씬의 강렬함은 때론 막 삶아낸 감자에 대한 식욕으로 이어지는데….


요 며칠 동안 눈 앞에 아른거린 또 다른 장면은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우아한 여인의 뒷모습. 그런데 대체 어떤 영화였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거다. 사실 영화나 책이나 음악의 제목을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라서 자주 겪는 곤혹스러움이지만, 이번에는 몹시 애를 써서 기어이 찾아냈다. <이다>. 내 기준에 굉장히 수작이었다. 찾아보니 얼마 전에 개봉한 <콜드 워>가 같은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 작품이더라. 그래서 봤다. 빔 프로젝터는 참 요긴하다.


솔직히 <이다>만큼은 아니었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번뜩 떠오를 장면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음악이 좋았다.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메인 주제곡 'Dwa Serduszka'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찾아서 듣고 있다. 구글 번역으로 돌려보니 폴란드어로 '두 개의 심장'이란 뜻이다. 이왕 한 김에 오요요(ojojoj)도 검색해 보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