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잠을 앓고 난 후의 아침은 낭패다. 뻑뻑한 눈을 몇 번 꿈뻑인 뒤 일단 손톱부터 확인한다. 다행히 깨끗하다. 밤을 설치면 지병에 시달린다. 종아리가 군데군데 짓무르는데, 끝 간 데 없는 가려움을 동반한다. 특히 음주의 밤엔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피부가 패일 정도로 긁어야 직성이 풀린다. 다음날 손톱 밑은 말라붙은 피로 검붉다. 어젯밤도 긁은 기억이 있는데 그건 꿈이었나. 그래, 다몽이 선잠의 원인이었네.
그래도 많이 좋아진 편인데, 첫 번째 회사를 다닐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피부병의 정도도 안다. 지금은 종아리에만 몇 군데 일어났다가 가라앉지만, 그때는 사지는 물론 두피까지 성치 못했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있는 꼬락서니가 아니었다. 퇴사를 하고 나서 호전되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서, 내가 나를 내팽개친 밤이면 어김없다.
스트레스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세 번째 회사를 그만둔 지 한 달 반이고 과음을 안 한 지 보름인데,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엉켜있는 기분은 무엇 때문인지. 펄펄 끓을 일도 없고 덜덜 떨릴 일도 없는데, 사실 세균은 미지근할 때 가장 활개를 치지 않나. 근데 뭐, 올여름은 그냥 방만하고 싶은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때가 또 언제 온다고. 일단 음악을 틀어 놓고 다시 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