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짤막하게

011. 미드소마GV

by 지예강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미드소마> 앵콜GV에 다녀왔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영화가 주는 충격은 놀랍도록 신선했다. 그래서 <유전>이 궁금해졌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그때 봐야지.


영화 이상으로 평론가 이동진 님의 해설도 좋았다. 다른 각도로 보고, 여러 방향에서 접근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숨어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면서 드러난 것들의 이면을 살핀 시간들. 영화를 망원경으로도 보고 현미경으로도 보는구나 싶었다. 하나를 소화시키기도 전에 또 다른 하나를 떠먹여 줘서, 펠리컨이 먹이를 저장하듯이 쉴 새 없이 말들을 메모했다. 그중 특히 날 붙잡은 말은 미지(未知)에 대한 공포보다 기지(旣知)에 대한 공포가 더 근원적이라는 것. 완벽하게 공감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모두 내가 아는 것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모두 내가 아는 것들. 알지만 나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그래서 결국 일어나고 말 것들. 공포는 사실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에 있다.


작품 자체도, 그 작품에 대한 해설도 모두 섬세하고 예민하고 꼼꼼했다. 네 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사실 시간이 모자랐다. 두 시간은 더 앉아 있을 용의가 있었는데. 다행히 디렉터스 컷 개봉하면 한 번 더 GV가 있을듯한데, 그때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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