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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강 Aug 15. 2019

021. 어른, 크로사, 퍼붓기

  어딜 가나 그런 사람이 꼭 있다.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권위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 혹시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존경과 인정을 갈구한다면, 똑똑, 저기요, 좀 더 젠틀해지세요. 무례하고 저급한 방식으로 내 자존감을 박살 내려는 의도라면야, 애석하게도 임계점에 한참 모자란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신물 나는 경험으로 어느 정도 단련은 되어 있거든. 


  물론 잠깐 짜증은 났다. 하지만 보다 길게 남은 감정은 일단, 속상하다. 또 어른이 아닌 사람을 모시게 되었구나, 또 어디쯤에 마지노선을 정해야 하는구나, 싶어서. 그리고 가엾다. 그런 상황에 대한 맷집은 있으나 현명한 대처방법을 여전히 모르는 나라서. 사람을 통해 느끼는 행복의 총합이 불행의 총합보다 언제나 한참 모자란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버티기 위해 다시금 긍정하는 일도 이렇게나 반복되면 지친다. 결국 막걸리를 퍼붓는 거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차라리 그 사람 얼굴에 막걸리를 퍼붓는 게 더 통쾌했으려나. 그러나 경우 없음에 경우 없음으로 대하는 건 내 전문이 아니라서. 


  오늘은 내리 잤다. 온종일 비 오고 흐린 날씨가 도왔다. 광복절을 맞아 훅 몸을 틀어 일본을 치러간 태풍 크로사. 그래, 너라도 경우 없음에 경우 없는 폭우와 강풍을 퍼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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