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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있다면

마지막 기도

by 앙마의유혹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단순히 신만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운명도 믿지 않는다. 삶은 그런 원초적인 힘이 아닌 살아가는 데로 살아지는 거라 생각을 한다. 내가 잘하면 되겠지, 뭐든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한 만큼 돌아오겠지 라는 신념을 갖고 살고 있었다. 그렇기 징크스 따위도 없다. 미신도 믿지 않는다. 그 흔한 사주팔자도 믿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신경 쓰다 보면 그게 사실이 되고 현실이 될까 봐, 진짜 징크스로 남아버릴까 봐 철저히 잊어버리곤 한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말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힘들게 버텨왔는데 생각과는 너무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고 어려운 게 바로 육아,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두 딸 모두 중학생이 된 지금 학기 초라 정신도 없고, 적응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뭔가 설렘보다는 힘겨움이 더 큰 것 같다. 단순히 내가 힘들고 내가 아픈 거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고 버틸 수 있고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나뿐 아니라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겠지.

두 딸들은 너무나도 착하고 바른 모범생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신이 있다면, 신이 공평하다면 너무 힘든 시련은 주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요즘은 자꾸 나의 신념이 깨진다. 신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신이 있길 바라고, 신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상처받지 않도록,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빌게 된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어떤 것이든 다 할 테니 이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어본다.


시끄러운 속을 달래느라 글쓰기도 소홀해지고, 또 내 맘을 다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려운 나로선 어쩌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행복이 가득한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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