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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두려움

새로운 도전

by 앙마의유혹

마냥 길다고만 느꼈던 방학도 끝이 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겨울방학을 늦게 시작하는 대신 봄방학이 없다. 그래서 겨울방학은 거의 일주일정도를 뺀 2개월 정도 된다.

올해 작은 딸이 중학교에 입학한다. 큰 아이 때도 그랬지만 작은 딸이 중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 더 심란하고 걱정이 앞선다. 아직 어리기만 한 아기 같은데 중학교 가서 잘 적응을 할까, 바뀐 수업시간이나 수업방식에 힘들어하진 않을까, 새로운 선생님은 괜찮을까, 친구들은 어떨까. 등등 신경 쓰이고 걱정되는 게 한둘이 아니다. 아이들이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것도 아닌데 새로운 환경이 너무 힘들진 않을까 걱정되는 건 부모의 맘이겠지만 매년 이런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하는 내가 문제인가 싶기도 한다.

게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고, 새로운 학기가 된다는 건 지금 있는 스케줄 조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부분도 참 어렵다.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은근히 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물론 학업을 위한 학원을 다니는 건 아니다. 차라리 그런 스케줄이라면 알아서 학원에서 아이들 학교 스케줄에 맞춰 정리를 해주기 때문에 내가 크게 신경 쓸 건 없다. 또, 학업을 위한 학원이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다 학교 스케줄에 맞춰 진행을 해주기 때문에 이 또한 내가 신경 쓰고 정리할 건 없다. 그럼 무엇이 문제냐고? 이제는 아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진로와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어서 했던 모든 것들이 중학생이 되면 단순히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취미가 아니라 앞으로 이것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기 시작한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그나마 큰아이땐 좀 덜했다. 두 아이 모두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인데 유독 작은딸은 자존심도 굉장히 강하다.




작은딸은 무용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쭉 하고 있는데 아이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물론 몇 번의 슬럼프와 위기는 왔지만 그래도 곧잘 이겨내고 열심히 한 덕분에 제법 한다. 몇 주전엔 학원에서 큰 발표회를 했다. 확실히 해마다 실력이 느는 게 눈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4학년때는 아이가 너무 하고 싶다 해서 콩쿠르도 나갔었다. 보통 전공할 거 아니면 그 많은 돈을 들여 콩쿠르를 하지 않는데 난 이것도 경험이다 싶어 시켰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더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인 것 같다.

나 역시 그만두게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전공시킬 생각 또한 없다. 솔직히 그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예체능보다는 공부를 시키고 싶은 맘이 크다. 어느 정도 공부머리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아이가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영재원도 들어가고 싶다 해서 영재원 시험도 보고 얼마 전 합격 발표도 나왔다. 이런 거 보면 또 공부도 할 생각이 있구나 싶다.


무용을 하는 취미를 갖는 건 너무 좋다. 여자아이도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또 운동을 해야 공부도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용을 꾸준히 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용을 한 덕분인지 비율도 좋고, 자세도 좋아 제법 태가 난다. 그래서 큰 문제만 없으면 꾸준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는 지금 현재 중급반에 다니고 있다. 중급반이자 전공예비반으로 그다음반은 전공반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하고 있는 클래스에서 계속 다니면 되는 건데 아이 욕심이 그렇지 않다. 우선 같이 하고 있는 친구들은 다 전공반으로 올라간다. 전공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전공할 예정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전공반에 갈 필요가 없다. 게다가 원비자체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공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근데.. 아이의 욕심과 실력이 이제는 현재 있는 클래스에선 채우질 못한다는 게 문제 있다. 엄마 입장으론 그냥 지금 있는 반에서 운동 삼아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럼 재미가 없을게 뻔하다. 그래서 전공반으로 클래스를 옮겨야 하나 생각 중인데 비용을 더 들여가며 할 필요가 있느냐도 문제이지만, 그 반에 가서 전공을 하고 싶어 할까 봐 그게 젤 걱정이다. 계속하다 보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또 같이 하는 친구들은 전공을 하기 때문에 더 자극이 될게 뻔하고...

어찌 되었든, 더 이상 지금 있는 반에서 하긴 힘들다는 것인데... 그런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그만두느냐 전공반 수업이냐...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제일 무섭다. 그리고 마냥 응원을 해줄 수 없다는 것 역시 미안하고 속상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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