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것 같지만 길고, 긴 것 같지만 짧은 시간

나의 점심 & 엄마들과의 관계

by 앙마의유혹

신랑과 아이들을 다 보내고 집안일까지 끝내고 나면 잠깐의 여유라는 것이 찾아온다.

그럼 가장 먼저 커피를 탄 후 (전엔 믹스커피를 마셨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살이 찌고 빠지진 않아서 다이어트를 시작해 블랙을 탄다.) 컴퓨터에 앉는다. 컴퓨터에 앉아서 쿠팡 후기를 먼저 쓴다.




한 2년 전쯤 이였나? 갑자기 쿠팡 체험단이 되었다는 문자가 온 이후로 후기 쓰는 일은 나의 하루 일과 중 일부분이 되었다. 요걸로 집안의 가전 가구를 꽤 바꿨다. 소파부터 침대, 딸아이 둘의 책상 2개, 식탁, 인덕션 등등등...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워낙 낡기도 하고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가구나 가전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아 이사 갈 때까지 고장 나지 않는 이상 절대 사지 말고 버티자 했는데, 쿠팡체험단 덕분에 웬만한 가구들은 다 바꾼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주변에서는 신혼살림 장만 다시 했냐고 했을 정도


sticker sticker


그렇게 후기를 쓰고 나면 블로그를 작성한다. 블로그를 한지는 오래되었는데 저품도 많이 됐었고, 로직도 워낙 많이 바뀐 터라 뜸하게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의 일상 루틴 중 하나다. 그렇게 멍하니 블로그 작성을 하고 나면 아이 친구 엄마에게 톡이 온다. 커피 한잔 하자. 혹은 밥 먹자.

큰아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정말 많은 엄마들이랑 교류를 했었다. 코로나 전이기도 했고 그때 한참 아이들 때문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일이 많았다. 아이들 놀린다는 핑계로 엄마들도 논거지 뭐... 하지만 지금은 그 교류들이 거의 없다. 꾸준히 만나고 있는 몇 빼고는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하지만 전처럼 만나서 밥을 먹고 커피 마시고 하는 경우는 진짜 드물다. 엄마들 모임을 몇 번 나가다 보니 득 보다 실이 많다고 느꼈다. 하지만 아이들 저학년땐 그걸 느꼈음에도 쉽게 끊어내질 못했다. 아무래도 그때는 엄마들을 만나야 아이가 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엄마가 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걸 끊어 낸 계기가 바로 코로나였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스럽게 모임은 없어졌고 정말 만나는 사람 몇 명만 (아이와 상관없이 찐친이 된 거지 이젠)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연락 오는 사람도 몇 없다. 그래서 어쩔 땐 좀 외롭다 느껴지기도 하지만 뭐 괜찮다. 남 돌려 까는 얘기 듣지 않아도 되고, 자기 애, 자기 자랑 듣지 않아도 되며, 나 없을 땐 내 얘길 저렇게 하겠지 라는 불편한 생각 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좋다. 이런 거 아니래도 충분히 걱정거리, 신경 쓸 거리 너무 많기 때문에 굳이 그런 관계에 감정 낭비, 시간 낭비 하고 싶지 않다.


그 찐친이라고 말한 몇 빼곤 연락이 왔다고 해서 무조건 나가진 않는다. 그리고 웬만하면 단 둘이는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래도 단 둘이 만나다 보면 쓸데없는 얘기, 하지 않아도 되는 얘기, 듣지 않아도 되는 얘기까지 하게 돼서... 그것도 내가 온전히 믿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 엄마는 이런 내 맘을 알면 서운할진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한 관계는 딱 이 정도까지다.) 한두 명이 더 같이 만나자 하면 가볍게 만나긴 한다. 절대 말 많고 시끄러운 엄마들과는 이런 관계조차 갖지 않는다.


물론 단 둘이 만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지내는 엄마들, 지금은 친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친해지고 편한 사람들이 2~3명 있다. 그 사람들은 별 일이 없으면 자주 보려고 한다. 요즘 내가 만나는 유일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언니들이랑 있으면 너무 편하고 기분이 좋다. 물론 사람이 100% 다 맞을 수는 없다. 내가 만나고 있는 이 사람들도 역시 완벽하게 맞진 않지만, 종종 서운한 것도 있었지만, 약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양보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맞춰나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믿고 있기도 하고, 의지하고 있기도 하다.


똑같은 크기의 통을 좀 사서 예쁘게 담아봐야겠다.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나가면 돈만 쓰기에 다음에 보자 하고 나가지 않았다. 전 날 주문한 택배 및 장본 물건들이 하나둘씩 도착한다. 택배 뜯는 일이 전에는 그렇게 좋았는데 이제는 좀 귀찮다. 그래서 덜 주문해야지 하면서도 왜 필요한 건 계속 생기는지... 날도 덥고 수박이 제철이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내가 요즘 시대에 살고 있어 좋다고 느끼는 건 바로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배달을 해주는 시스템 때문이다.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이 되고, 근처 마트는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이니 그것도 너무 편해서 장 보러 돌아다니고,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또 직접 가서 장을 보는 것보다 충동구매도 덜 하는 것 같다.


전에는 수박을 사면 먹을 때마다 그때그때 잘라서 주고 랩 씌워서 놔뒀었는데, 랩 씌워 놓는 것 자체도 좋지 않은 데다가 수박이 통째로 들어갈 냉장고 공간이 없어서 미리 다 잘라서 통에 담아 놓는다. 그러면 아이들이 알아서 꺼내 먹기도 쉽고, 나도 손질하는 지금만 힘들지 먹을 땐 편하다. 힘겹게 자르고 손질해서 담아놓으면 수박 껍질이 한가득. 치울 것도 한가득. 왜 수박 물은 닦아도 닦아도 끈적일까...


라면 끓이는 것도 힘들어...
재작년부터 푹 빠져있는 최강야구 보면서 먹는 라면 (이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해물도 잔뜩 넣은)


수박 손질 후, 아침 겸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다. 난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밀가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맞을 거 같다. 왜냐하면 빵도 좋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라면은 라면이기에 밀가루 음식 중 그나마 잘 먹는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끓이면 그 맛나던 라면도 별로다. 내가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라면은 꼭 누가 끓여준 게 맛있다. 그럼에도 라면을 끓인다. 라면을 끓이면서 식탁에 밥 먹으면서 볼 패드를 세팅한다. (전에는 티브이 앞에서 상펴고 밥을 먹었으나 차리고 치우는 게 번거로워서 나 혼자일 땐 그냥 패드로 본다.) 보통 반찬은 김치 하나! 뭐 라면에 김치가 최고지. OTT로 재미있는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서 라면을 먹다 보면 반은 불어서 반만 먹고 반은 버리게 된다. (첨부터 반을 끓이면 되는데 반만 끓일 줄 모른다.) 그렇게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 다시 컴퓨터에 앉는다. 희한하게 컴퓨터에 앉기만 하면 졸린다. 먹고 바로 자면 붓고 살찌기 때문에 자지 말아야지 하고 버티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지... 한 것도 없이 피곤한지, 거의 졸다보면 작은 딸이 학교가 끝났다고 연락이 온다. 헐.. 뭘 했다고 벌써 이 시간인 거야! 이렇게 나만의 시간은 끝...!


sticker sticker



keyword
작가의 이전글40대 주부의 평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