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것

이기사 운전해

by 앙마의유혹

작은 딸은 6학년인데도 아직 집에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 보통 6학년 정도 되면 사춘기가 시작돼서 다른 집 애들은 엄마 없이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던데 우리 딸은 사춘기가 오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밖에 나가있다가도 웬만하면 작은딸 집에 오기 전에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

"엄마 나 끝났어. 어디야?"

"집이야. 얼른 와"

"응. 근데 있잖아..."

하면서 주절이 주절이 학교에서 있던 일을 시작한다.

결국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와 통화를 하고 있는 딸이다. 어차피 집에 와서 얘기하는 게 편할 텐데 꼭 이러더라.


없던 알러지가 생긴 작은딸이 못먹어 남은 신비복숭아




아이가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씻는 동안 난 과일 간식을 준비한다. 아이는 과일을 먹으면서 오늘 할 학습지와 영어를 한다. 공부 학원은 따로 보내질 않고 있다. 큰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교과 학습은 학습지로 대신하고 영어는 윤선생을 한다. 학원이라고 다니는 건 큰 딸은 댄스학원, 작은 딸은 무용학원을 다닌다. 전공을 시키려고 보내는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운동삼아 보내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2, 초6 정도 되면 학습을 위해 학원을 보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아직까진 잘 따라가고 있고 또 워낙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이라 학원에 얽매이는 시간을 싫어해서 못 보내고 있기도 하다. 맘 같아서는 졸업할 때까지 학원 안 다니고 그냥 이대로 학습해서 대학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만 바람이겠지...


작은 딸이 공부하는 동안 나는 컴퓨터에 앉아 블로그도 하고 부업할게 뭐가 있나 찾아보기도 하고, 빨래가 다 되면 건조기에 넣고 건조기도 돌리고, 또 건조기가 다 돌면 꺼내서 개서 정리를 한다.

그러다 보면 큰 딸이 온다. 중2임에도 절대 중2로 보지 않을 만큼 해맑고 순수한 큰딸... 가끔 모자란가 싶을 정도로 해맑아서 걱정인 딸이다. 공부도 곧 잘하고 학교 생활도 잘하는 것 같은데 또래 애들과 너무도 달라 항상 타깃이 되곤 한다. 물론 대 놓고 괴롭히는 아이는 없지만 딱 봐도 좋아하는 눈치는 아닌 게 보이니까...

워낙 나서는 걸 좋아하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수업시간에 발표도 자주 하고, 회장선거나 학교 행사가 있으면 거의 빼놓지 않고 나간다. 거기다 춤을 좋아해서 장기자랑 할 일이 있으면 꼭 나가서 춤을 춘다. 그런 모습들을 좋아하지 않은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 어느 순간 대놓고 싫어하는 애들도 생긴 것 같다. 그걸 본인도 느끼는지 그 친구들이 자기한테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속상하다고 한다.

그때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강해져야 한다고, 앞으로 그것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을 거라고...

"너 조용히 학교 다닐 수 있어?"

"아니..?"

"그럼 네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키도 크고 활발한데 그렇게 눈에 띄면 당연히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럼 강해져야지. 어쩔 수 없어. 앞으로 더 하면 더 했지, 덜 한 경우는 없어."


이런 말 밖에 해줄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게 사실이고 현실이기에, 너무나도 약하고 여린 딸을 강하게 키우려면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래도 고맙다. 해맑고 착하고 순수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행복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딸들이기에 감사하게 느낀다.


작은딸의 발레가방, 무용가방 (요즘 한국무용에서 칼춤을 배우고 있다)

간식을 먹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큰 딸 댄스학원, 작은 딸 무용학원 갈 시간이 된다. 이때부터 나는 이기사가 된다. '이기사~ 운전해'라는 개그 유행어에 알맞게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일을 한다. 집에서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내가 둘 다 데려다준다. 저녁시간에 가는 학원들이라 다른 계절은 그나마 밝아서 괜찮은데 겨울엔 어두워지기 때문에 데려다 주기 시작했던 게 이제는 습관이고 당연한 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자고 내가 차로 움직인다. 그리고 어쩌다 작은 딸에게

"이제 혼자 다녀볼래?"

"아니, 혼자 못 가. 그냥 엄마가 데려다주는 게 좋아."


그래.. 내가 습관을 잘 못 들였지 뭐... 이기사 운전해야지 뭐...


그렇게 학원을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저녁 준비를 해놓고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7시 반정도가 되고 그 쯤 저녁을 먹고 치우면 대충 바쁜 나의 하루 일과는 끝이 난다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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