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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Dec 02. 2022

특별하고도 평범한 쌍둥이 육아.

아롱다롱 섞여 잘 살아갈 인간으로..

2012년 쌍둥이의 백일.


성당에 앉아 기도를 했다.

나는 무엇에도 너무 깊게 빠지는 일을 경계한다. 결혼 후 갖게 된 종교에도 신앙심 깊은 독실한 신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 당시 나는 붙잡을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게 도대체 사람이 가능한 일인가 생각하며 나의 한계를 깨고 깨던 시기였다. 예상치 못한 쌍둥이 임신과 출산, 거기에 아직 셔틀버스에서 혼자 내려 집에 올 수 없는 다섯 살 아이까지. 이게 가능한 일인가.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를 수십 번 외쳤지만 그래서 어쩔 건가. 또다시 이를 앙다물고 키워내는 수밖에.


여자는 내 몸을 빌어 세상에 생명을 내놓고 나면, 그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변신의 과정을 나도 모르게 겪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슈퍼 히어로들처럼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고, 인내의 강도? 쯤이 높아지는 건가?


쌍둥이의 백일에 커다란 십자가 앞에 앉아,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인 나를 지켜주시라고, 초월적인 힘을 지내고 있을 신에게 부탁하는 기도를 드렸었다. 내가 더 잘 버틸 수 있게 해 주시라고. 내가 보지 못하고 손 닿지 못하는 곳들에 신의 축복과 은총으로 부디 아이들이 잘 크도록 지켜주시라고.


쌍둥이 엄마로 살아가는 일.


#1. 동시 모유 수유.

양쪽으로 모유 수유를 하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물론 두어 번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잘 나오지도 않는 걸 물리겠다고 한 달쯤 애를 쓰다 모유 수유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다.


#2. 앞뒤로 안고 엎기.

아기띠 두 개를 앞뒤로 한 모습은 또 어떻고.

그게 너무 웃겨서 사진도 찍었던 거 같다. 무리 아가지만 어깨가 바스러질거 같다.


#3. 쌍둥이 유모차 건사하기.

쌍둥이 유모차는 또 크기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좀 크고 나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유모차, 터울 적은 형제들도 태우는 그 유모차 말고, 아가 때부터 타는 쌍둥이 유모차는 그 위엄이 대단했다. 그걸 차 트렁크에 싣고 내리고, 팔뚝이 억지로라도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다.


#4.동시에 재우기 스킬.

쌍둥이 동시 재우기 스킬은, 음.. 아마 클 때까지 장착하지 못했던 거 같다. 어쩌다 둘이 함께 낮잠을 자주는 기염을 토하면, 만세를 부르고 그 아까운 시간에 무언가 특별한 걸 하고 싶었으나 피곤에 절은 나는 잤다.



같이 울고, 같이 아프고..

무언가 뱃속에서부터의 끈끈한? 그런 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애들은 누가 울면 따라 울고, 감기나 장염 등은 같은 집에 사니 옮는 거다.

쌍둥이라고 뭐 특별히 평생 친구가 되라거나, 서로 잘 챙기라는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성별이 다른 남매 쌍둥이이기도 하지만, 성향이 매우 다른 두 아이를 나는 그냥 같은 날 태어난 남매라 생각하며 키운다. 어떤 날은 별것도 아닌 일에 엄마 사랑을 두고 투닥거리다 디지게 혼나고, 어떤 날은 또 깔깔거리며 잘도 논다.

여느 남매처럼 커간다.


난임이 비율이 높은 요즘,  가볍고 무겁게 의학의 도움을 빌어서 쌍둥이가 매우 많다. 무던히 평범하게 키우시는 분들도 많지만 유독 예민하게 자식들을 감싸며 품으시는 분들도 많다. (그게 꼭 쌍둥이 엄마에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아마도 어떤 사연들로 아이를 힘들고 귀하게 품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키우는 과정에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혹독하게 키워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게는 세상 더없이 귀한 내 자식이겠지만, 어떤 자식인들 부모에게 귀하지 않겠는가.




온갖 레이더를 장착하고, 내 자식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누구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각오를 한 엄마처럼 여기저기에 화살을 쏟아내던 엄마 있었다.


그 화살은 나에게도 두어 차례 내리꽂었다.  그 분과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바짝 세운 그 가시들을 좀 내려놓으셨으면 좋겠 생각했었다.


모든 사람이 나는 특별하다고, 내 아이들은 특별하다고 믿는 그 환상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잠깐 눈을 돌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의 삶이 다 한 편의 영화처럼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될 텐데..

내 삶이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삶도 모두 각자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건데..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내 젊음을 다 바쳐 애써 키운 자식들. 그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다른 모든 귀한 이들과 섞여 잘 살아가기 위해서, 손해 보는 방법도 억울함을 참아내는 방법도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모두 특별하며, 또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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