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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Dec 21. 2022

사건의 지평선(song by 윤하)

말의 아름다움 속에 살고 싶다.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를 요즘 딸들을 통해 피아노로, 기타로, 딸들의 목소리로, 가수 윤하의 목소리로 자주 듣는다. 한 노래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반복하는 나를, 어쩜 그런 걸 닮았니.


가수 윤하라면 내가 10여 년 전에 알던 그 가수. 맞나? 맞더라. 찾아서 가사와 함께 듣다 보니 노래가 너무 좋다. 목받지 못했던 이 노래의 순위가 요즘 역주행 중이란다.


나는 표현이 예쁜 사람이, 노랫말이 아름다운 노래가 유독 좋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아스라이 하얀빛.. 아낌없이 반짝였던 시간이 옅어져 가도 마음에 살아 숨 쉴 테니,

추억들이 떠오르면 많이 그립겠지만,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랑을 보내주겠다는 경쾌한 멜로디의 이별 노래.


'사건의 지평선'어떤 지점에서 일어난 사건이 어느 영역 바깥쪽에 있는 관측자에게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그 시공간의 영역의 경계를 말한다.


이런 어려운 과학 용어를 이별과 사랑에 접목시킨 가수이자 작사가인 윤하의 표현력이 감탄스럽다. 우리 사회에 '통섭'의 개념을 전파시킨 <통섭의 식탁>의 저자 최재천 교수님도 떠올랐다. 시인을 꿈꿨고, 과학자가 된 그는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과학자라고 자칭한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의 융합, 아름답다.



B.I라는 가수'다음생'이라는 노래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지겹도록 틀어놔서 듣다가 알게 되었다.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우리 여전히 운명일까
덩굴처럼 손가락 걸고
했던 약속을 기억할까
엇갈린 시간을 헤매어도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나는 아득한 우주에 던져져도
그냥 괜찮을 것 같아

다음 생에 넌 꽃으로 태어나
나는 바람으로 불어올게
네 주변에 스치듯 머물다가
향기처럼 그저 흩어질게
다음 생에도 내가 널 찾아갈게
우연 같은 필연으로 또 만나 우리

덩굴처럼 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너와 다음 생에 다시 닿을 수 있다면 아득한 우주에 던져져도 괜찮을 거 같다니..

음 생에 너는 꽃으로 태어나라고, 나는 바람으로 태어나 너를 찾아가 너의 곁에 머물다 향기처럼 흩어질 테니 꼭 다시 만나자고 노래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해준 음식을 먹을때, 그것이 너무 귀하고 감동스러워서 턱이 저릿하고 아픈 듯한 느낌을 아느냐는 표현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목소리 좋은 아나운서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이 사람은 어떤 발음을 할 때 참 매력적이라고도 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하거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닌 거 같던데, 그래서 오히려 수려하게 꾸미지도 않으면서 저렇게 세심한 것을 느끼고 표현하는 그 사람이 참 달라 보였다.  나는 그런 사람을, 그런 표현들을 좋아하는구나 알았었다.


밤새 내린 눈에 세상 온통 하얗다. 아름다운 글과 노래를 들으며 보는 이 하얀 세상은 더 곱다.


아름다운 말과 글 속에서,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향유하며 살아가고 싶다.

 https://youtu.be/mnpQsM-tq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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