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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Feb 16. 2023

한 편의 연극처럼 준비하는 수업

<미스터 선샤인>은 명작이다.

지금, 나는 감정보다는 이성의 스킬이 필요한 때이다.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집중해야 할 곳에 투자하고, 접어두어야 할 부분은 잠시 접어두고 있다. 감정적인 부분들은 일부러 좀 붙잡아 둔다.


쉬었다 다시 시작한 수업의 감 되찾아야 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익숙해지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요즘이다. 세상에 대한 통찰을 하고 싶으면,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일의 방향을 찾고 싶으면, 일단 시작을 하라는 그 말의 뜻을 절절히 느끼고 있는 요즘, 궁금한 것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서 잠이 잘 안 올 지경이다.


퍼스널 브랜드 마케팅 분야가 난생처음 궁금해지고, 무궁무진한 온라인 세상에 대해서도 더 궁금해 죽겠다. 유튜브에서 강의도 찾아 들어보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잔뜩 빌려다 놓고 독파 중이다. 궁금한 세상 투성이다.


내가 하는 일이 한 번 팔고 나면 그만인 물건을 파는 일도 아니고, 특히나 많은 고민 끝에 결정으로 이어지는 분야인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해보는 것들이 단기간 내에 어떤 성과로 바로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멘탈을 부여잡고, 연연하지 않고 이것저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나는 이제야 알아가는 이 새로운 것들을 좀 알아놓고 나면,  챗 gtp가 또 세상의 판을 바꾸어 놓으려나. 또 준비하고 알아가면 되는 거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 세상엔 그냥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거다.


 


방학중 한국사 특강 중이다.

역사는 외워야 하는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나를 알고 세상을 알기 위해 꼭 이해하고 배워야 하는 분야이다. 옛날이야기처럼, 그 당시를 살아보는 것처럼 아이들이 받아들이도록 애를 써본다.


방학이 끝나가고, 이제 진도는 조선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매 시간 마음에 남는 짧은 영상 하나쯤 찾아 보여주려고 수업 전에 관련 영상들을 많이 찾아본다.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인조임금의 영상을 함께 보며 숙연해지기도 했던 지난 시간이었다.


가장 진도가 빠른 팀의 내일 진도가 조선의 마지막이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되었고, 명성황후는 처참히 시해당했다. 혼자 남은 고종과 스러져가는 조선. 나라 잃은 우리 백성들.


이쯤이 되면 늘 다시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미스터 선샤인>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지금껏 본 드라마 중 단연 1위. 잊히지가 않는 최고의 드라마였다.


캐스팅과 연기, 연출, 모든 게 완벽했으나 내가 이 드라마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역시나 가슴에 콕 콕 박히던 대사들 때문이었다.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애신을 사랑한 세 남자. 지옥인 세상, 그 세상에서도 사랑은 위대했고, 스러져가는 나라의 운명에 하루에 또 하루를 보태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이가 숭고했다.


"우리는 모두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수업 준비 때문에 다시 찾아본 이 드라마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이 드라마에 눈물은 필수기에, 다시 봐도 또 지 않을 재간은 없다.


나는 매 수업이 한 편의 연극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여고생 시절 한 때 얼토당토않게 꿈꾸었던 뮤지컬 배우의 꿈. 중창반에서 노래 좀 했다고, 뮤지컬 배우가 웬 말인가. 그런 꿈을 꿨다는 거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보니 말도 안 되게 내가 무대 체질이긴 한 거 같다. (나 MBTI에서 E 아니고 I인 사람인데.. )


회사 면접 때 전혀 안 떨고, 생글생글 웃으며 여유를 부리던 내가 그렇게 재수가 없었다는 동기들 얘기도 떠오르고,


또 한참 인터넷 세상 공부할 때, 겁 없이 인스타 라방도 막, 그냥 막 진행해 보며 즐거워했던 경험도 떠오르고 말이다.


매 수업시간, 수업.. 시간이지만 나는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감동이라는 게 별 건가.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감동이지.


열심히 살아낸 오늘의 한 페이지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얘들아, 내일은 우리 같이 눈물 콧물 좀 빼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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