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브랜드에 속해서 움직일 때보다, (예상했지만) 아주 많은 일들을 신경 써야 한다. 오롯이 내가 강사이고 원장이고 사장이기에 많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그렇다고 시작부터 예전보다 많은 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만의 시스템이 정착되어 굴러갈 때까지는 많은 노력과 많지 않은 소득을 견디는 시간들이 필요할 것이다.
해야 할 일들이 자꾸만 눈에 보이고, 머릿속을 맴돌아서 요즘 잠을 푹 자지 못했다. 하루만 못 자도 다음날 헤롱 대는데, 정신력으로 버티다 금요일 오전수업에 탈이 났다. 아침을 안 먹고 수업을 한 탓인지, 머리가 팽팽 돌았다. 오후 수업 하나를 겨우 하고, 수업 하나를 미루고, 오전에 잡았던 저녁 상담도 취소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 웬만해서 내가 먼저 수업을 조정하는 일은 없는데, 마지막 수업을 하다가 구토를 할 것 같은 증상에 더 망설이지 않았다.
몸살증세와 함께 잠을 못 자서 피로가 누적된 거 같다고 주사 맞으며 좀 자라 하셨다. 좀 뜨겁다 싶게 따뜻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 머리의 위치를 바꿀 때마다 울렁거림에 힘들었다. 침대에 누우니 다시 울렁거림이 찾아왔지만, 주사바늘의 따끔함에 긴장해 울렁거림도 잦아들었다. 아마도 팔십이 되어도 주사는 무서울 거 같다.
"한 시간 반정도 걸릴 거예요. 제가 왔다 갔다 하며 볼 거니까 푹 주무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엄청 곤히 자더라는 말과 함께 눈을 떴다. 혹시 코라도 곤 건 아니겠지. 으악.
학원에서 돌아온 내 아이들이, 그 시간에 집에 있는 나를 보고 놀란다.
남편에게도 잘 부리지 않는 어리광을 어린 아들에게 가끔 부려본다. 12살밖에 안 된, 천방지축이지만, 남편에게는 없는 스윗함도 장착한 내 새끼. (그 감수성은 나에게 물려받았음은 명백하다.)
좀 힘들어서 주사 맞고 왔다고, 반창고붙인 팔을 내밀었다. 아들은 "엄마 괜찮은 거지?" 하며 내 손을 잡는다.
퇴근한 아빠에게 과장도 조금 보태서, 엄마의 고단함을 전하고, 그렇게 저녁은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