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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Mar 06. 2023

집안일과 행복의 상관관계

1인 1 로봇 시대가 어서 오기를..

 월요일 오전은 어김없이 청소로 일주일을 시작한다.(해야 한다.) 1년 전쯤 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 오면서 식기세척기도 들이고, 로봇청소기도 드디어 제대로 가동하고 있다.

지금 우리 집에는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세탁기, 건조기가 모두 열일 중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소파에 앉아 글을 쓴다.



이만해도 전에 비하면 얼마나 큰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는가. 물론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글만 쓰고 앉아 있는 건 아니다. 아침부터 이 방 저 방에 있는 빨래들을 수거하고 분류하고, 어제저녁에 돌린 세탁기에 들어있는 놈들 중에 건조기로 돌려도 되는 놈들과 건조대에 말려야 하는 놈들을 구분 짓고, 카펫을 걷어내 탈탈 털어야 하고, 주방을 박박 닦아야 하고, 너무 귀찮은 화장실 청소도 남아있다.


주말에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나 인생에 대해 깊은 토론(수다)을 하다가 체력도 안되고, 집에서 내가 해주는 저녁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식구들이 있어 저녁쯤에 돌아왔다. 애들은 그렇다 치고, 나를 좀 도와줄 수 있는 같이 사는 어. 른. 인. 간도 마찬가지로 나만 기다리고, 집안꼴을 보니 쓰레기하나 갖다 버리지 않았다.


집안일도, 화도 다 내 몫이다. 요즘 별거 말고 사이좋게 떨어져 사는 부들의 생활을 '분거'라고도 부른단다. 쌍둥이가 성인이 되고, 성인 다섯이 이 집에 살게 되는 8년 후 나는 분거를 꿈꾼다.


이놈의 집안일이라는 것이 나는 당최 18년째(하필 18년) 이러고 있어도 재미도, 흥미도 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미래 시대에 대해 토론하다가 10년 후쯤엔 1인 1 핸드폰 시대에서 1인 1 로봇 시대가 되지 않겠냐며 그 상황에 대한 글쓰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좋기만 하겠구먼, 의외로 아이들은 사람은 너무 게을러질 것 같고, 좀 무섭기도 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서 그날이 오기를 꿈꾼다.


남편이 내가 수술하고 아주 잠깐 집안일을 꽤나 많이 거들어 줄 때, 내 삶의 만족도가 급 상승했었다. 그게 뭐라고 만족도씩이나 할지 모르겠으나, 매일 해도 해도 티는 나지 않고, 안 하면 미친 듯이 티가 나는 이 노동의 수레바퀴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거나 거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도우미분을 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아가 셋 키울 때 잠시 그 도움을 받아본 나의 경험으로 나는 누군가를 시키는데도 또 재주가 없다는 걸 알았다. 비용을 지불해도, 요것도 해주고 조것도 해주라는 말은 남편에게처럼 잘하지 못한다. 젠. 장.



인간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내가 바뀔 일도, 남편이 바뀔 일도(아, 아예 새 남편이면 또 가능할지도) 없으니, 이렇게 감정 소통 불가능한 로봇이 척척 이불 정리도 해주고, 빨래도 정리해 주고, 싱크대 위도 싹 닦아주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월요일 아침이다.


어서 화장실청소하고, 수업 시간 전에 오늘은 기필코 운동을 하리라!!!!

 


이런 로봇이 집안을 척척 걸어 다니면서 집안일을 해주는 상상을 하니, 어째 좀 섬찟하기도 하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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