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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Mar 12. 2023

소신과 아집, 당당함과 무례함 그 사이.

나의 경계선을 점검해봐야 할 때.

#1. 소신과 아집


꽤 오랫동안 엄마표 교육을 했다. 학군지에서 아이 셋을 키우면서 학원보다 독서로,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아이로 키우겠다며, 무식하리만치 용감했었다.


소수가 가는 길을 가겠다고 선택했고, 그 소수들 안에 있으면서 '소신 있는 엄마'들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 소신에 배척이 더해지고 통찰이 빠지면 아집에 함몰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나와 다른 것들을 철저히 배척하고, 내가 틀릴 수도 있는 이 원대한 세상을 통찰하지 못하면 나만 옳은 것이 되는 아집이 되는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 궁금해 내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야기해 주면, 열심히 듣고, 한번 해보겠다고 계속 조언을 구하다가, 못하겠으면 은근슬쩍 내 방법을 까며, 나까지 까는 이들이 있었다. 그 후로는 이야기해 주기 전에 미리 이야기했다.


"이 방법이 아이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요. 나도 가다가 방향을 틀 수도 있고요. 지금 나는 이게 시간이 걸리지만 맞는 방향이고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씀은 드려요. 그런데 해보시고 아니어도 뒤에서 뒷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


그런 예의 없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얘기를 웃으면서 먼저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던 적도 있다.


나도 아집에 빠져 나와 다른 방법들을 다 틀리다고 믿었던 적이 잠시나마 있었기에, 소신과 아집에 대해 지금도 자주 생각하며 나의 길을 간다.


지금은 대가를 받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기에, 대가를 지불한 이들이 겪어본 후에 아니었다고 말한다고 해도 그건 내 영역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그 험담이 불편했던 것도 어쩌면 나의 아집이었을지도..



#2. 당당함과 무례함.


가끔 무례함을 당당함과 착각하는 이들이 보여,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을 때가 있다.


작년 마지막 날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는데, 연말이라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식사 중인 우리 테이블 옆에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앉은 부부가 있었다. 자리에 앉은 아이 엄마는 내 엄마 나이쯤으로 보이는 직원분을 불렀다.


"저기요, 왜 아까 저한테 어디 가냐고 물어보신 거예요? "

"아, 뭘 찾으시는 거 같길래, 제가 가져다 드리려고 했지요"


"그럼 어디 가냐가 아니라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셨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라고 쏘아붙였다.


아마도 그 아이 엄마가 물을 찾았던 거 같고, 직원분은 필요한 걸 얘기하시면 가져다 드리겠다는 뜻으로 질문을 한다는 게 단어 선택을 잘못했고, 바쁜 와중에 말투가 친절하지 않았던 거 같다는 추측이 되기는 한다.


나의 기분 나쁨과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 말은,

내 불편함을 호소하는 당당함일까, 아니면 상대방에게 예의 없이 군 무례함일까.


"아까는 제가 물을 찾느라 돌아다녔었네요."

라고 좋게 말했더라면, 그 직원분도 자신의 친절하지 못했던 말투를 겸연쩍어하며, 죄송하다고 제가 가져다 드리려고 여쭤본 거였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내가 대가를 지불했다고 해서, 상대의 인격과 기분까지 좌지우지할 대가까지 지불한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한다면, 딱 내가 지불하고 받지 못한 서비스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의 선이라면 무례함이 아니라 당당하게 내 권리를 요구한 것이라고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종종 많은 경계선 어디쯤에 서있게 된다. 그 모든 경계를 다 지키며 살아가지는 못하더라도, 내 경계선을 한 번씩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당당함이라 믿었던 것이 무례함은 아니었는지, 내가 소신이라 믿는 것들이 아집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넘나드는 경계선과,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없이 넘나드는 경계선은 완전히 다른 것일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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