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고부터 인생이 어찌나 새롭게 느껴지는지 그동안 살아온 세상이 낯설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0대는 별생각 없이 그냥 살았는데, 그 철없는 20대에 인생 중대사를 참 많이도 겪었다. 대학 입학과 졸업, 첫 취업, 그리고 결혼과 출산. 그 중요한 선택들과 경험들을 하면서 별 생각이 없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하리만큼 용감했다. 그 20대에 만들어 처음 짜놓은 틀에서 평생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는 어찌 몰랐을까. 내 아이들은, 내가 만나는 학생들은 나보다는 좀 더 나은 20대를 보냈으면 한다. 책이 다 해결해주지는 않더라도 도움은 분명 되리라. 혹시 이 글도 지나가던 20대가 봐준다면그것 또한 감사하겠다.
물론 뒤늦게라도 내 안의 알을 깨보고 있는 나는, 지금의 이 판이 또 나의 십 년 뒤, 이십 년 뒤를 결정하리라는 걸 알기에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보고자 용을 쓰고는 있다.
사십 대는 그냥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며, 그 치열함 속에 최근에 드는 몇 가지 생각들도 흘려보내지 않으려 기록으로 붙잡아 매두려 한다.
#외로움에 대하여
외로움이란 걸 극복하거나 해결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었음을 아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가족 안에, 친구 안에, 사회 안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느껴지는 이 외로움이라는 놈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대하며 살았다. 그걸 채워보겠다고 많은 시도들도 해봤던 것 같다.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이 놈은 아마도 해결할 수 없는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심리학박사가 하는 영상과 마주했다. 결혼과 연애 따위를 내 외로움을 다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하면 망한다고. 아!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구나.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나의 외로움을 채워줄 수는 없는 거였구나. 엄마와의 탯줄이 끊어지는 그 순간부터 흙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스스로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들 투성인데, 외로움, 혼자되어 쓸쓸한 그 느낌을 느끼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구나. 따로 또 같이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구나. 외로움이란 놈은 잘못이 없구나를 깨닫는 중이다. 또, 누구도 나를 외롭게 하지 않으며, 누구도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시작에 대하여
세상 일들 중에 많은 성과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 같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 시작하느냐 마느냐의 그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또한 아주 조금 알아차렸다. 앞서 말했듯이 내 인생의 시작은 마흔쯤이라, 한 3년 동안 여러 시도를 해봤다. 내 딴엔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한 여러 일들을. 어떤 일에서는 크게 상처를 경험하기도 했고, 어떤 일에서는 깨달음도 있었고, 어떤 일들은 그냥 흘러가버린 듯도 했다. 의미 없는 것들은 없었다. 다 나아가는 과정들이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생각이 드는 것들도 다 쓰임이 있다. 일단 내디뎌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돌다리를 수십 번 두들겨보고 건너는 종류의 인간인지라 시작이 참 쉽지 않은데, 이제는 좀 한두 번만 두들겨보고 나아가지 않으면 늙어버릴 나이가 되었다. 큰 성과들의 시작이 그 한 걸음이었을 거라는 걸, 이 나이가 되고야 뼈저리게 깨달았으나 늦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참 소소하고 흔해빠진 통찰이지만, 마음으로 깨달은 이 사실들은 나를 살게 하고, 나를 나아가게 한다. 아침 산책길 꽃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