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분이 아니시다. 평생 지금껏 아흔이 넘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라, 본인을 제대로 챙기며 살아보지 못 한 분이다. 자식 먼저, 남편 먼저, 시어머니 먼저, 그러다 보면 엄마 본인을 챙길 여력은 없었으리라.
자식 돈 쓰는 거, 남편 돈 쓰는 거 아까워 쩔쩔매시던 엄마인데, 어버이날 좀 값나가는 화분을 보내드리겠다니 거절하시지 않고 흔쾌히 기쁘게 받으시고, 아빠에게 당당히 생일 선물도 요구하는 엄마가 되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눈부시게 반갑다.
세 꼬맹이 육아로 지치던 나의 30대에 꿈꾸던 40대 역시 평화롭지 않은 나날들이다. 몸은 거의 키웠으나 아직 단단한 정신 상태를 만들어 줘야 하는 큰 과제가 버티고 있는 육아에, 집 하나 어렵사리 장만했으나 갚아야 하는 대출에, 곧 닥칠 아이들의 독립 후 내 삶에 대한 고민과 대비에, 20년 가까이 살면 좀 맞춰질 줄 알았으나 여전히 안 맞는 남편에.. 휴..
40대도 아니구나, 40대는 30대보다 더 치열히 살아야 하는 나이구나, 엄마 아빠 정도의 나이는 되어야 인생이 좀 편안해지는 게 맞는 거구나.
월요일 아침. 40대가 주인 온라인 독서모임 단톡방.
자식, 돈, 내 인생에 대한 지혜들이 모인다.
부모님들 만큼 살아내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고, 내 손톱밑에 가시가 제일 아프지만, 그런 가시 하나쯤 안 가지고 사는 사람이 없는 거 보면 그냥 인생과 고통은 함께 가는 거 같다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엄마에게 선물한 빨간 안스리움처럼, 엄마의 얼마 안 남은 60대와, 70 이후의 삶이 모두 쨍하고 빛나기를 마음 다해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그 삶을 향해 또 묵묵히 나아가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