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쌤 May 17. 2023

사고 발생! 쾅!!

사자에게 분노하지 않는 얼룩말처럼.

일방통행 길에서 30도 안 되는 속도로 가다가 꽝!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새벽 2시쯤, 큰 딸 방에서 계속 기침소리가 났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꿀물을 타서 가져다주고, 다 마시고 사그라드는 기침 소리에 겨우 잠을 청했다. 등교 전에 병원에 다녀오자고 병원으로 향했다. 마스크를 벗은 탓인지 병원마다 감기 환자가 수두룩 빽빽이다. 긴 대기시간 후 진료를 마치고 아이 학교로 향하는 차 안이었다. 늘 다니는 길, 큰 건물들 주차장 입구가 모여있는 일방통행 길. 전방을 1초쯤, 2초쯤 나도 모르게 주시하지 않은 건지, 무슨 일인지도 모르게 갑자기 꽝!!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코너길이었고, 나는 저속으로 돌고 있었고, 충분한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내차를 못 본 건지,  주차되어 있던 차가 튀어나와 충돌 사고가 난 것이다.


운전경력 10년이 다 되도록, 자잘한 접촉사고도 거의 없이 안전 운전을 하는 나는 순간 머리가 멈췄고, 당황했다. 딸이 오히려 "엄마, 침착해. 진정하고~" 하고 나를 위로했다.


딸아이는 걸어서 등교하라고 등교를 시키고, 양쪽 보험회사가 오기까지 15분 정도가 지난하게 흘렀다. 다행히 상대방도 다툼을 피하고 싶은 (혹은 본인이 과실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한) 점잖은 60대 정도의 남자분이셨고,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서로 접촉하지 않은 채 보험회사 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블랙박스를 살펴본 후, 통화 중이었냐 묻길래 뒤에 딸이 타고 있었고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1:9 또는 2:8 정도의 과실 비율이 적용될 것 같다고 했다. 아직 결과는 모른다.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사건 사고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리 조심하고 피해보려 해도 만나지는 것들이 있다.


다친 사람이 없으니 모두 다행이고, 차야 수리를 하면 되는 거고, 새 차라도 됐으면 쓰라려하며 큰 소리를 낼 수도 있었을지 모를 남편도 다친 곳은 없냐며, 본인이 필요하면 연락하란다.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일하러 가야 하는데, 일단 집으로 돌아와 앉아 커피 한잔 하며 이렇게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한다. 다리가 좀 떨렸지만, 괜찮아져가고 있다.



어제는 수업 시간에 좀 당황스러운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매우 유연하게 잘 대처했다.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아이 스스로에게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었고, 아이는 잘 해냈다. 모두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게 좋다. 세상에 사건 사고들에 조금은 덜 호들갑스럽게, 덜 허둥대며 살아지는 게 좋다. 사건 사고를 피해며 살아갈 수는 없다. 동요되는 감정도 죄는 아니다. 다만 그 감정들로 하는 행동들은 한 번만 더 생각하고 행동해도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지금 아무도 잘 못한 사람은 없어. 그렇지?  누군가의 잘 못 되지 않은 행동으로도 물론 불편하고 화가 날 수도 있어. 그게 잘못은 아니야. 그럴 수 있어. 괜찮아. 그렇지만, 내 감정으로 잘못도 없는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건 잘못이 맞지. 이제 아가는 아니니까, 스스로 지금처럼 그렇게 화나는 감정을 잘 다스리면 그러면 되는 거야. 너무 장하다. 마음이 쑥 자라서 언니 되겠네.. 잘했어~~~"  


아이를 위로하고 칭찬했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감정 자체는 잘못이 없는데, 그 감정을 가지고 하는 행동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것이 인생이니, 해결하며 살아가며 되는 거지, 마음을 병들게 할 누구의 탓도 원망도 접어두자.


사건 사고를 대비하는 든든한 마음의 보험은 아마도 회복탄력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한 멘탈은 완벽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마음가짐이 아니라, 실패해도, 실수해도 괜찮다는, 해결하면 된다는 그런 정신에서 나오는 거라 했다.


사자를 떠올리며 분노하지 않는 얼룩말처럼.  닥친 일에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미리 과하게 걱정하지 않으며,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얼룩말처럼. (그래서 늘 사자에게 쫓길 위험에 있는 얼룩말은 만성 스트레스가 없어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


실수도 했고, 사건 사고도 만났던 어제, 오늘.

한 뼘쯤 또 성장하는 기회인 것이지. 뭐.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삶이 이처럼 쨍하게 빛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