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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Jun 29. 2023

단비가 내리던 날

태어난 쌍둥이.

2012.06.29

오랜 가뭄 끝에 그날 밤에 시원하고 반가운 비가 원 없이 내렸다.(고 한다.)



사람 배가 이리 늘어날 수 있나 싶게 커다란 배로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뱃속에 쌍둥이를 품고 있던 날들이었다. 쌍둥이는 9개월을 만삭으로 보고, 36주면 출산을 준비한다.


한 아이는 머리가 위로, 한 아이는 머리가 아래로 뱃속에서 9달을 그리 잘 버텨준 내 새끼들. 의사 선생님은 나를 칭찬하셨다. 엄마가 너무 잘 키웠다고. 이제 낳아도 된다고 36주를 며칠 두고 있었다. 그래도 며칠 더 미뤄 37주가 되기 며칠 전에 수술 날을 잡았다.


척추마취로만 진행하려 했던 제왕절개 수술은 결국 여러 번 내 척추에 바늘이 들락날락하다가 전신마취로 변경되었다. 등을 동그랗게 말아야 바늘을 잘 꽂는다는데 배가 너무 나와있는데 그럴 수가 있냐 말이다. 죄 없는 간호사분께 "아놔 이게 최선이라고요!!"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등에다 바늘만 수차례 꽂다가, 전신마취로 우리 둥이를 출산했다. 첫 울음소리는 듣지 못했다.



2.7kg/2.8 kg

조금 작은 단태아만큼 잘 자라서, 쌍둥이는 세상의 빛을 마주했다.  나는 전신마취를 했으니, 깨어보니 입원실이었고, 팔에 꽂아있는 주삿바늘들에 달린 무시무시한 투명하고, 빨간 액체들을 보고 다시 잠이 들고 또 깨어났다 잠이 들고 그랬던 거 같다. 그 와중에 아가들은 건강하죠?라고는 물었던 도 같다.


일단 고통이 없으니 나는 그냥 정신없이 자는구나라고 잠결에 생각했으나, 출혈이 너무 많아 수혈도 받고, 간호사분들은 계속 상황을 지켜봐야 하 응급 상황이었단다. 그래서 그날밤 그리 단비가 내렸다는 건 잠결에 어렴풋이 들었던 빗소리와 나중에 본 기사로 알았다.

 

무사히 깨어났으면 되었고, 아가들이 건강하면 그걸로 되었다. 남들은 두 번 겪어 얻는 두 아이를 나는 한번 겪어 낳았으니 그 정도쯤 감수할 수 있지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의 치열한 세 아이 육아는 시작이었다. 말로다 할 수 없다. 나의 미련함과 고집스러움도 한몫했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어른 혼자서 5살 미만의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만만한 일은 아니다.( 쌍둥이 기저귀를 내가 다 갈았다는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시전 하는 남편은, 그 당시 무지하게.. 바빴다고! 해두자.)

세돌이 거의 다 돼서야 보냈던 어린이집 첫 등원날. 아이들을 셔틀버스에 태워 보내놓고, 그 버스 뒤에 앉아 한참을 소리내어 울던 그날이 그간의 나의 애씀을 대변하리라.


그렇게 내 영혼과 눈물과 애씀으로 (과장이 심한가ㅎ) 키운 그 쌍둥이 남매가 태어난 지 12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도 그날처럼 장대 같은 비가 내린다.


그때의 그 고집스럽도록 절절했던 육아는 이제 하지 않는다. 이제는 벌써? 아이들의 독립을 마음으로 준비하며, 니들은 그만 키우고 나를 키우며 살란다 한다. 그게 내가 해야 하고, 해줄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단비 같은 사람들이 되거라.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바가지 나눠줄 수 있고,

외로운 사람에게 손 한번 잡아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들이 되면 좋겠다.

더불어 꼭 너희 자신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어,

그 사랑 나누며 살기를..


쌍둥이의 12번째 생일을 맞아 기도한다.



사진은..

첫 어린이집 등원하던 날.

아들 앞머리는..

등원 며칠 전 스스로 미용실 놀이하다 날리셨음. 푸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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