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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Jun 21. 2023

내 품을 떠나가는 자식들.

육아의 목표는 독립이랬지..

삶의 변곡점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다.


중3 기말고사를 2주 앞둔 딸은 집에서 잘 볼 수 없다. 본인의 선택으로 하나 다니던 수학 학원도 그만두고  자기주도학습을 한다. 자기주도학습을 하겠다는 아이를 뭐 내가 어쩌겠는가. 스카(스터디카페를 이리 부르더군)를 한 달 끊어놓고 주말에도 집에서 밥 한 끼를 같이 못 먹고 있다. 쉬기도 하고 친구랑 커피도 마시고 하겠지. 학교에 있는 시간 이외의 모든 시간을 오롯이 스스로 관리해 보는 것도 살아가는데 큰 연습이려니. 믿어주는 수밖에. 한 번씩 스카 앞에 가서 커피나 밥도 사주고, 집에 오고 있다는 늦은 밤 집 앞에 나가 잠시 함께 걸어주며 이야기 나누는 거, 그게 내 할 일의 전부다. 큰 딸은 그렇게 커간다. 엄마랑 사이가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 중3이라 믿던 날 중에, 오늘 아침처럼 별안간 엄마에게 짜증을 토해놓고 속을 뒤집어 놓고 가기도 하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지난 주말, 그런 큰 딸은 두고 5학년인 쌍둥이만 데리고 어디라도 바람을 쐬러 가자 남편의 제안에 두 남매는 시큰둥이 었다. 남편과 나는 못내 서운하고 아쉬운 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감정을 공감하며 서로에게만 기대기에는 티격태격하며 살아오고 있는 날들의 기억에 습관처럼 서로를 향해 안 좋은 대화 몇 마디가 오간다. 그렇게 분위기가 잠시 냉각되었다. 아들이 딸보다 사춘기의 문턱에 가까이 다가가 보인다. 부모보다 친구들과의 시간에 더 무게를 두는 그런 자연스러운 시기가. 때마침 아들 휴대폰이 울린다.


" 우리 물총놀이하자~. 거기로 나와~~~ 애들 다 나온데~~ "


흔들리는 아들의 눈빛. 엄마아빠한테 안 나가고 싶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그 신나는 물총놀이를 하자니. 처음은 아니지만 마음이 휑 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받아들여야지. 아들도 그렇게 커가고 있음을.


"아들~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오늘 물총놀이 딱이네. 젖어도 10분이면 다 마르겠다. 선크림 잘 바르고 나가서 재밌게 놀아. 우리 아들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재미있을 만큼 컸는데 엄마가 몰라봐서 미안해~~"


하고 사과했다. 아들도 본인의 행동에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렇게 아들까지 나가고 난 뒤, 작은 딸만 데리고 외출에 나섰다. 아침에 티브이를 보며 재래시장을 묻던 딸과 아빠가 둘이 앉아 검색을 하더니 출발하잖다.


우리 작은 딸도 친구가 좋을 나이다. 물론. 그래도 아직은 가장 천천히 커주고 있는 이 작은 딸은 엄마 아빠와의 외출도 기꺼이 참석해 준다.


정말 세 아이 모두 나의 품을 떠나갈 날이 머지않았구나. 그러면 나도 훨훨 나의 꿈을 맘껏 펼치리라 생각해 왔건만, 그 길을 향해 가고 있건만, 막상 이리 정면으로 마주치고 나면 당황하게 된다.


아이들이 모두 어릴 때는 이렇게 삶의 방향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그저 삶에 나를 맡기고 살아왔던 것 같다. 준비 없이 마주해 적잖게 당황도 하고 방황도 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준비하고 통찰하고, 적게 당황하고 빠르게 전환해야지.


자식만 커가며 그 자식들의 뒤통수만 넋 놓고 바라보는 외롭고 쓸쓸한 엄마가 되지는 말아야지. 씩씩하게 나의 삶을 살아내는 내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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