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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Dec 06.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모두 다 '삶'이다.

장례식에 다녀왔다. 차마 입에, 글에 올리기도 려운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암도 이겨내셨는데, 70이 넘은 나이에 버린 무서운 선택이었다.


인생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시기가 어떻게 없을 수 있겠는가. 마음이 지옥 같은 시간들이 어떻게 없을 수 있겠는가.


인생이 원래 그런 거라는데..

인생이 원래 그런 거라는데..


그렇지만 견뎌내기가 너무 버거운 일들도 있는 거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인생이 편안한 길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큰 소용돌이를 만나게 된다.


꽃처럼 살고 싶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온실 속에 화초까지는 아니더라도, 담장에 핀 장미덩굴정도로는 살고 싶었다. 비바람이 불고, 추위가 닥치더라도 기댈 담 하나만 있어주면, 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 몸 하나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담벼락 하나쯤은 있는 그런 인생.


그런데 현실은 그 마저도 사치이며, 아무렇게나 짓밟히는 들판에 핀 야생화쯤은 되려나. 쓸모없이 뽑혀버리면 그만인 잡초는 나 스스로 되지 말아야지.


그렇게도 산다. 그렇게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못 찾는다면, 그런 선택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들 왜 그런 선택을 했냐 안타까워하셨지만, 고인의 마음도, 그분 옆에서 내내 힘들었던 배우자도, 평생 너무 무거운 짐을 얹고 살아간 그 자식들도 모두 얼마나 가슴에 피멍이 들어있을지가 나는 어렴풋이 보이는 거 같아 쏟아지는 눈물을 꾸역꾸역 국에 말아 밥과 함께 삼켰다.



골이 깊으면 물도 맑고, 그곳에서 나는 고사리도 그렇게 맛이 있단다. 세상에 다 나쁘고, 다 좋기만 한 일은 없다고 했다.


인간의 삶 정답이 있지 않다. 천태만상, 수없이 많은 모습들로 살아가도, 놓지만 않으면 모두 다 ''이다.


잘 살았든, 잘 못 살았든..

그런 마지막 선택밖에 하지 못했을지라도..

발인이 오늘,

좋은 곳에서 이제는 평안하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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