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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Dec 12. 2023

무대체질인 공부방 원장의 원대한 꿈.

글이 삶의 원동력이 되기를..

20여 년 전 회사 면접 때


'한ㅇㅇ'인 나랑 같이 면접을 봤던  '전ㅇㅇ인' 친구는 입사동기가 되었다. 내가 보기에 그 친구도 '붙었네' 싶게 말도 잘하고 자신감도 있어 보였고, 참 밝고 예쁜 친구였다.


나중에 정말 친한 입사동기가 되었던 그 친구가 고백하건대 (거침없이 솔직한 친구라 고백이랄 것도 없었지만) 면접 때 생글생글 웃는 내가 그렇게 재수가 없었다나. 푸핫.


자기는 속으로 떨려 죽겠는데, 그렇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내가 참 여유로워 보여서 얄미웠다고, 붙을 줄 알았다고 하면서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의 고백에 내가 했던 대답이,

"나는 무대체질이라. 안 떨어. "

"아.. 재수..."

(문득, 사느라 바빠 연락이 소원해진 친구가 그립다.)


나는 고등학교 내내 중창서클 활동을 했다. 학교 축제 때 강당은 늘 우리 차지였고, 그 큰 강당에 사람이 빼곡해도 난 별로 떨지 않았다. 즐거웠고 행복했던 것 같다. 하필 생긴 게 당차지 못하게 생긴지라 내가 꽤나 조신하고 얌전한 성격이라 오해 아닌 오해도 받았다.


나의 삼십 대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참 알기가 어려웠다. 꼬물꼬물 세 아이를 키우며 살기가 바빴다. 수업은 계속했지만 오롯이 집중이 어려웠기에 이 길이 맞나도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나만 좋아서는 경제활동까지 연결되어 오래 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인 동시에 잘도 하는 일이어야 오래 계속할 텐데 생각했었다.


<마흔이 읽는 쇼펜하우어>가 연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와 있다. 안 그래도 쇼펜하우어에 꽂혔는데, 마침 그 책도 보이길래 마음을 들여 읽고 있는 중이다.


행복과 평온에 다다르는 삶에 대해, 희미하게 정리해 가던 의미들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모두 다 좋기만 하지는 않다. 그 길로 가는 길에 참아내야 할 것들, 포기해야 할 것들, 가슴 아픈 것들이 널려있지만 더는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요즘 수업하는 아이들 중에, 중등 입학을 앞둔 6학년 팀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 하루 수업에 동기부여를 팍팍했더니 아이들이 움직인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글씨도 더 예쁘게 쓰고 싶다고 글씨 교본을 사서 연습 중이라는 아이, 내 얘기를 듣고 공부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수학 학원 시험을 잘 보게 됐다는 아이, 나는 공부는 아닌가 보다고 말했다가 요즘 책을 다시 읽고 의욕을 보이는 아이, 특목고를 목표로 공부를 한번 해볼까 한다는 아이.


아이들 어머님들의 연락에서도 그 변화가 보인다. 요즘 의욕이 불탄다, 선생님께 여러 가지를 배운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고 한다 등의 연락이 온다.


그게 나를 살게 한다. 다른 이들의 평가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이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는 것이다. 나의 이 수업의 최종 목표는 아이들이 글을 쓰고 읽는 능력을 길러,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데 바탕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너무 거창할지 모르겠으나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원대한 꿈은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읽고 쓰는 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게 나는 행복하다. 아이들 옆에 앉아 다른 이야기도 아닌 글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도구로 아이들의 생각을 넓혀가는걸, 긍정적으로 바꿔가는 걸 도와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꼭 더 큰 무대가 아니어도, 나의 18평 작은 공부방 무대에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지만, 어느 날엔가는 더 큰 무대에서 조금은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오늘도 읽고 쓰며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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