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님 공연에 대한 짧은 단상
음악에는 힘이 있지.
초등학교 5학년때였나, 6학년때였나.
열풍을 일으켰던 발라드가수 신승훈이 있었다.
그의 노래를 적어가며 모두 외우며 들었던 것도 같다.
요즘 활동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그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 내년이면 데뷔 35주년이라 그에 맞춰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 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어른들이 모인 공연장에서 그가 30여 년 전 불렀던 노래를 부르자, 모두 한마음으로 그의 노래를 떼창 했다. 그 모습도 감동이고, 그 노래들을 고스란히 다 기억하고 있는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음악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우나, 그에 덧입혀져 있는 나름의 추억들이 더해져 각자에게 다른 느낌들을 선사한다.
사춘기가 막 시작되던 나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신승훈을 닮은 같은 반 친구를 짝사랑하기도 했고, 처음으로 우리 집보다 형편이 나아 보이는 친구집과 우리 집을 마음속으로 비교하며 속이 상했던 것도 같다.
그런 생각들에 잠기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니, 내 앞에는 환갑을 몇 년 앞둔 '신승훈 오빠'와 마흔 중반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내가 있다. 시간이 참 쏜살같이 흐른다는 게 새삼 실감이 되었다.
지금의 내 아이들 나이만큼, 딱 그만큼 어렸던 그때의 나는 커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었을까. 삶이라는 것이 모두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내딘 발걸음이 무겁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인생의 벽돌 깨기처럼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가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요즘 내게 순간의 단비 같은 공연이었다.
환갑을 바라본다는 게 믿기지 않는 젊음이지만, 부자연스럽게 꾸미지도 않아 더 보기 좋았던 그는 말했다.
녹슬어 없어지지 않고,
닳아 없어지는 가수가 되겠다고.
십 년쯤, 십오 년쯤 지난 어느 날에, 나도 또 이 날을 기억하겠지. 이 기억들이 덧칠해진, 그때도 녹슬지 않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치열하게 살아낸 나를 기특해하며 편안한 날을 보내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