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 그 찰나의 감정들..
삶 속에 널려있는 것들.
5.12 (음력 4.5) 오후 6시 반이었다.
딸의 기숙사 복귀를 위해 길을 나섰는데,
이 공기의 온도와 바람의 냄새와 구름의 색깔과
아직 어두워지지 않은 이 시간의 모든 것이 딱 맘에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을 살짝 벗어나 있는 아이 학교에 닭 울음소리, 새소리도 참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구나.. 마음속에 저장했다.
딸과 함께 <행복의 기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딸은 기숙사에서 읽겠다고 사들고 가고, 나는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내가 나를 알기 위한 노력조차 사치였던, 세 아이의 육아로 정신없던 그 시절에 이 책에서 제대로 얻지 못한 것들이 분명 있었을 거라 다시 마음을 들여 읽어보려 한다.
아직 첫 번째 챕터쯤을 읽고 있다. 기억이 나는 것도 있고 처음 읽는 듯 새로운 부분도 있다. '행복'이란 이 추상적인 것에 대해 다 알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향해 가고자 하는 곳 일부에 분명 그것이 자리하고 있기에,
'행복'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을 잊고 있었는데, 마침 아이가 수행 과제 얘기를 하며 책을 추천해 달라하길래 문득 떠올랐다. 조금 읽어보더니 재미있겠다고 읽어보겠단다. 마흔네 살 먹은 나는 고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행복'이지만, 내 딸은 나보다는 더 현명하게 그것에 대한 고민들을 시작하면 좋겠다.
행복은 경험의 기억이 기반이 된다. 돈이 없어 불행하다면,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들이 떠올라 불행해지는 것이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다.
음력 4.5
엄마 생신이다.
지난주 찾아뵈려 했는데 엄마의 응급실행으로 취소되었고, 이번주는 동생네 스케줄로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엄마한테 전화나 드리자고 전화를 했더니 목소리가 안 좋으시다. 지난주 이석증으로 어지러움이 너무 심했던 증상이 다시 있다고 하신다.
지난주 아빠가 가볼 수 없으신 상황에, 엄마가 갑자기 전화기를 가지러 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워 혼자 몇 시간을 화장실 앞에 앉아 있으셨다고 한다. 겨우 연락이 닿아 응급실로 가게 되었던 상황이었다. 더 멀리 사는 나한테는 해봐야 뾰족한 수가 없을 거 같아 동생한테 전화를 했던 아빠의 목소리는 거의 울고 계셨다고 동생이 전했다.
또 엄마가 그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나자, 아빠의 불안은 엄마의 어지러움 증상보다 더 크게 나타나는 듯했다. 전화기뒤 아빠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분노까지 섞인 불행함이 느껴졌다. 엄마는 약을 먹고 괜찮아지셨지만, 지난주의 기억이 아빠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불행과 행복.
저자에 의하면, 그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같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이 안 되는 것이 불행인 것을..
잠시 아무것도 아닌 맑은 날씨와 바람과 햇살에 행복을 느꼈던 나는 엄마 아빠와의 통화에 또 잠시 불행을 느꼈다. 모두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은 찰나였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행복'은 과연 어떤 모습인 걸까.
그 어려운 걸, 목표로 두고 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