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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Aug 26. 2024

엄마도 사실은 말이다..

충분치 못하겠지만..

엄마는 당연히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이든 참을 수 있는 존재라고 믿었던 판타지가 깨진 건 몇 살 쯤이었을까.


우리 엄마는 새벽 출근하는 아빠를 위해 늘 새벽에 잠에서 깨어 아빠의 아침을 챙기셨으니, 우리가 일어나기 전에는 물론 이미 깨어 늘 출근준비까지 마친 상태셨다.


시어머니와 평생을 산다는 게 힘들다고들 하는데, 우리 엄마는 불평하는 기색 한 번 없으셨기에 그냥 우리 엄마는 괜찮은가 보다 했었다.


나도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고충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악물고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참아내는 수많은 일들을 마주하면서 내 엄마도 그랬으리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침밥을 안 먹겠다면 굳이 굳이 챙겨 먹이지도 않을뿐더러 가끔 아이들보다도 늦게 일어나기도 하는 게으른 엄마다.


살림에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이지만,  아이들의 안정된 정서를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하고 없는 지혜를 쥐어짜 내가며 노력했다. 하고 싶은 일도 참았고, 하기 싫은 일도 참았다. 모든 순간 잘하지 않았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잘 못 해버린 순간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엄마 자리를 지키며 가진 환경 안에서 안정된 정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다시 죽을힘을 다했다.


내가 그리 살아가고 있는 줄 내 아이들이 알까. 엄마니까 당연히 참을 힘이 있고, 참아낼 수 있다고,

어린 나처럼 생각하고 있을까.


놓아버리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순간들에도, 내가 이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나를 또 일으켜 세우고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모두가 견뎌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나는 내 나름대로.. 엄마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그저 들어주는 것 밖에 해줄 게 없는데, 그게 또 엄마의 역할인 건데, 가끔 내 문제로도 마음이 버거운 날에는, 쉽지가 않다. 이를 악물고, 내 문제들을 차치하고, 끝까지 들어주려고 애를 쓰고 나면 몸 여기저기 신호가 온다.


완벽하게 자라라고가 아니라 고난에 견딜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으로 단단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키워왔는데, 고난 앞에 정신없이 흔들리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는 게 참 힘겹다.


더한 일들도 다 견딜 수 있는데, 그것이 나의 엄청난 약점이라는 사실을 또 안다. 엄마라면 누구나 자식이 큰 약점이고 모든 것이겠지만..  


아무리 지혜를 짜내보아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좌절스러운데, 우연히 이런 글을 본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한 것 마냥 이렇게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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