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쌤 Aug 19. 2024

삶의 크고 작은 언덕들을 넘어가는 중

언젠가는 오겠지..

아침저녁으로 비냄새를 머금은 습한 공기이기는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 보면 내일은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면서 올여름 무더위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꼭 내 삶의 어느 한 부분과 맞닿아 있는 듯 큰 숨 한번 들이쉬게 되다가, 다들 그렇게 견디며 살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기도 한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살면서, 그래서 기록되지 않은 기억들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는 줄을 알면서도,

브런치에 몇 번을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오늘 이렇게 마음잡고 글을 쓸 수 있는 건, 세 아이 모두 등교하신 본격 개학날인 덕분이라고 핑계를 대본다.


고등학생이 되어 성적 경쟁에 뛰어든 큰 아이는 일등도 꼴등도 모두 불행한 이 시스템의 시작은 무엇이었냐는 둥, 이러니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다는 둥 하며 그저 불평보다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제법 어른 같은 소리를 할 만큼 자랐다. 취직에 유리한 전공을 고민해 봐야지 않겠나 싶은 마음의 소리는 접어두고 대학가서부터는 너 하고 싶은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고 되지 않을 위로 한마디 말고는 해 줄말이 없다.


그래도 사춘기 지나 다시 가까워져 친구처럼 많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 게 감사하다. 침을 맞아도, 약을 먹어도 잘 해결되지 않는 뒷목 통증. 가여운 고등학생들 만성 두통.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같이 마사지 받고 일요일 마무리. 훨씬 낫다며 기분이 좋아진 딸과 이야기했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돈이 해결해 주는 행복도 있지~"



본격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은 작은 딸은 요즘 '나 사춘기' 라고 이마에 써 붙인 마냥 입이 댓 발씩 나와있다. 큰 아이 때 겪어봐서 그러려니 하지만 바라보는 일이 여전히 쉽지는 않다. 그래, 불평 불만 엄마한테 털어놔야지.. 싶다가도 화가난다. 6학년 2학기. 첫째도 그때가 한창이었지.. 휴.  적당히 받아주고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이려니..


키는 훌쩍 커서 이제 나만큼 거의 자란 쌍둥이 막내, 아들은 아직은 사춘기 전인 건지, 여전히 엄마 마음을 제일 살펴준다. 게임과 늘 사투를 벌이고 할 일도, 주변도 잘 챙기지 못하는 평범한 13살 남자아이. 이 아이의 사춘기는 또 어떤 모습일까. 우리 집의 잔소리쟁이는 엄마가 아닌 아빠이고, 아들이란 이유로 아빠의 가장 많은 잔소리 폭격을 받는 아들인데, 사춘기가 걱정이다.

 

사춘기인 놈도, 아닌 놈도 엄마는 여러 용도로 필요하다.


그 잔소리쟁이 남편 이야기.. 는 패스하자. 이 인간도 와이프가 아닌 엄마가 필요한..... 말자. 말을.



이제 우리 집에 온 지 6개월이 되어가는 우리 호두.

사랑스럽기가 말로 표현 불가다. 안 그래도 일이 많고 버거워 죽겠으면서 일을 하나 더 늘린 게 말이 안 되지만, 벌리고 처리하고 해결하며 사는 게 인생인걸.


모두 출근하고 오랜만에 나와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우리 호두.

다리 사이 끼고 앉아 눈곱도 닦아주고 빗어주고, 자기를 귀찮게 하는 줄 알면서도 이 시간을 좋아한다. 빗을 꺼내면 쪼르르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앉는다. 아마 자기를 향해 쏟는 나의 사랑과 시간과 애정을 느끼리라.



호두가 우리 집에 온 딱 그만큼 학원 오픈도 지나갔다.

6개월이 되었구나. 그간 늘고 줄고 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중이다. 사이즈만 보면 그렇고, 그 사이 내가 배우고 해내고 익힌 일들은 무지 많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과정을 즐기며 해보는 중이다.


마흔네 살. 딱 마흔의 중간쯤.

백세시대라봐야 내 힘으로 먹고 걷고 활동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평균적으로 산다 해도 아마 인생의 반쯤은 넘지 않았을까.


아직 넘어야 할 고비고비들이 많겠지. 그 고비마다 이 끝나지 않는 무더위처럼 지루하고 힘겹다 느끼겠지만, 먹는 나이만큼씩은 조금 더 현명하게 결단하며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날도 찾아오겠지. 온통 내가 보살펴야하는 것들이 널려있는 이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도 좀  기대 쉴 수 있는 가을같은 날이 내 삶에도 언젠가는 오겠지..


오늘 하루도 무사히. 화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삶의 지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