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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Nov 07. 2022

내 글을 읽으며,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지는 않기를..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의 다짐?

고전 모임 동지들과 약 2년 정도 고전을 함께 읽었다.

위대한 작가들의 삶의 마무리가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그저 의문이었는데, 2년쯤 읽다 보니 '음.. 그럴 수도 있었겠다.'  정도는 생각하게 됐다.


작가는 세상일에 대해 남들보다 좀 더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책 한 권을 완성해내는 일이 뼈를 깎고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할 일이라는 걸 어렴풋이 안다. 세상을 알고 나를 알아가는 일, 그렇게 알아낸 나를 세상에 보여주는 일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까.  그들의 진정성과 용기를 생각하면 숙연해질 정도다. 그렇게 주고 간 선물이 바로 고전인데, 안 읽으면 내 손해다. 그 사유의 깊이의 백분에 일이라도 깨달으면 삶이 달라질 텐데..



사람도, 만남도, 글도, 나는 진정성에 끌린다.

어떤 만남은 돌아서면 찝찝하고 기 빨리는 느낌을 들게 한다. 서로 어디까지 말할까 말까 재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리느라, 같이 먹은 밥은 코로 들어갔는지 어디로 들어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몇 마디 내놓지 않았는데 뒤통수가 뜨끈한 느낌에 괜한 말을 했나 후회 투성이인 모임이 있고, 종일 떠들었는데도 감정의 뒤끝이 없고 힐링이 되는 모임이 있다. 그 둘의 차이는 바로 진정성이다.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속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지인들과 우스개로 말했다. "나는 아픔 없는 사람은 싫다. 내 열등감 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티 없이 맑기만 한 사람은 안 만나고 싶다."며 크게 웃었다. 우리는 아픈 사람들이라 이리 잘 통하냐며. 하.. 핫.


우리는 모두 책 읽기와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들인데,

어디선가 그러더라. 불행한 여자는 글을 쓰고, 행복한 여자는 돈을 쓴다고. 띵! 그래서 우리는 돈을 못쓰고 글을... 쓰고 있나.

괜찮다. 그렇게 글을 쓰고 행복해진 우리는 돈도 쓰고 살 날이 꼭 올 테니까.


아픔이 없는 사람이 싫은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없는 사람이 싫은 거, 아니 불편한 게 맞는 것 같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런 것에 끌리지 않는 게 맞다. 그 진정성에 끌린다는 건, 그 진정성이 가진 힘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누군가 그런 모습을 드러내 주는 모습은 나도 함께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치유의 힘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진정성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진정성 있는 글을 읽고 싶다.


그리고 쓰고 싶다. 그런 글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수년간 여기저기 글을 끄적이며 살았지만, 이건 내 일기와는 다르다. 글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이고, 누군가는 소중한 시간을 들여 읽어주는 글인데, 내 허접한 일기나 쓸 수는 없다. 읽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얼마큼 드러내 보일 준비가 되어있을까.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 내 초라한 민낯을 보는 일을 과연 멈추지 않고 할 수 있을까. 당장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을지가 아니라, 그저 계속 쓸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뜬구름 같은 글만 몇 편 쓰다 말아지겠지. 겨우 겨우 내 껍데기에 금을 냈는데 없던 일처럼 다시 덮어버리지 않기를.. 내 알을 스스로 깨고 나오기를 다짐해 본다.




내 글을 만난 이들이 내 글을 읽고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깨달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힐링과 용기를 주기를.. 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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