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늘, 내 안에 피어있다
창가에 놓인 유리호프스 화분이 고개를 숙였지만,
노랗게 핀 송이들은 아직 여린 햇살을 머금고 있다.
무더위에 바삭하게 마른 잎들을 떼어내고
물을 듬뿍 주자, 꽃잎은 오랜 목마름을
견딘 끝에야 고개를 든 아이처럼 다시 반짝인다.
나는 무심결에 창밖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본 듯한 노란빛이
가슴속을 간질인다.
그 순간, 오래전 여름의
모감주나무가 떠오른다.
담황색과 연노랑빛을 품은 꽃들이
나무 가득 흐드러져,
잎사귀 위에 숨어 있던 햇살을 모두 털어내듯
세차게 쏟아지는 장면.
그 모습은 마치 하늘 아래로 퍼지는
노란 비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수천 송이 꽃잎들이
흩날리는 듯한 착각이 들고,
그 아래 두 아이.
옥이와 마사코가 손을 잡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스며든다.
모든 소리가 멎는다.
시간도 잠시 숨을 죽인 듯하다.
나는 오래도록 잊고 지낸
눈빛과 마주 선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다시 만나게 된 것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게 된 것도
그 아이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도 그 노란빛은
코끝에 잊고 있던 향기를 떠오르게 한다.
아주 가벼운 바람에 실린,
여름꽃의 냄새.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느새,
나는 그 나무 아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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