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그 여름, 노란 나무 아래에서

너희는 늘, 내 안에 피어있다

by Bloom지연

창가에 놓인 유리호프스 화분이 고개를 숙였지만,

노랗게 핀 송이들은 아직 여린 햇살을 머금고 있다.

무더위에 바삭하게 마른 잎들을 떼어내고

물을 듬뿍 주자, 꽃잎은 오랜 목마름을

견딘 끝에야 고개를 든 아이처럼 다시 반짝인다.


나는 무심결에 창밖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본 듯한 노란빛이

가슴속을 간질인다.


그 순간, 오래전 여름의

모감주나무가 떠오른다.

담황색과 연노랑빛을 품은 꽃들이

나무 가득 흐드러져,

잎사귀 위에 숨어 있던 햇살을 모두 털어내듯

세차게 쏟아지는 장면.


그 모습은 마치 하늘 아래로 퍼지는

노란 비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수천 송이 꽃잎들이

흩날리는 듯한 착각이 들고,

그 아래 두 아이.

옥이와 마사코가 손을 잡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스며든다.


모든 소리가 멎는다.

시간도 잠시 숨을 죽인 듯하다.


나는 오래도록 잊고 지낸

눈빛과 마주 선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다시 만나게 된 것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게 된 것도

그 아이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도 그 노란빛은

코끝에 잊고 있던 향기를 떠오르게 한다.

아주 가벼운 바람에 실린,

여름꽃의 냄새.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느새,

나는 그 나무 아래 서 있다.


라이킷과 구독은, 창작자에게
따뜻한 길동무가 되어줍니다

머문 마음은 댓글에,
인연은 책동무로 이어집니다


#기억의조각들 #한복입은소녀들 #옥이와마사코

#여름의정취 #옥이의이야기 #역사동화

이전 08화2-4 그건 말로 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