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2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임신을 하고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는 핑계로
책도 글쓰기도 멀리하는 날을 보냈습니다.
처음엔 숙제가 사라진 듯 편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과 막막함에 쫓기다가,
결국 다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저는 살기 위해 읽습니다.
왜 책 읽기와 글쓰기가 저를 살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이 버거울 때,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낄 때,
책을 읽습니다.
체한 속에 죽을 먹듯이
일부러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습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책을 읽는 제 마음을 읽는 것이기에
책 내용은 중요하지 않고, 결국엔 제 이야기만 남지만
조금이라도 내어 놓고 나야 속이 편해지곤 합니다.
그 '내어 놓음'이 그냥 내 감정의 토로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일기 대신 글을 써봅니다.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작가 : 켄 리우
제목에 끌렸습니다.
외국 작가의 글은 번역에 예민한 개인의 성향상 잘 읽지 않는데, 제목을 읽고는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항상 길을 찾아다닌다고 느낍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 가자고 하는 길은 모르겠고,
'내 길'을 항상 궁금해합니다.
특히 이 책이 다루는 '도덕경'은 노자가 쓴 도교 사상의 책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도교 하면 뭔가 신비롭고, 깨달음을 얻을 것 같고
도(道) 내 길을 찾는 느낌.
도를 말로 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라고 하는 그 촌철살인의 말이 저를 끌어당깁니다.
서문에도, 소개글에도 '친절하고 다정한 현자가 아니라'라고 하는 말이 끌립니다.
허허 웃으며 답을 내려주는 현자를 원하지 않거든요.
그냥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을 보며, 나는 그 길을 같이 가지 않겠지만,
'아 나도 내 길을 가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싶을 뿐.
이 책이 딱 그런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시작해 봅니다.
기대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길을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천천히 책을 걷다 보면, 무언가 한 지점이라도 저와 만나는 곳이 있겠지요?
다른 책을 읽으면서는 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배우며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은 왠지 남이 걷는 것을 보며 뒤뚱뒤뚱 따라 걷는 아기의 걸음마처럼 내 맘대로 삐뚤빼뚤 걸어보고 싶어 집니다.
천천히 삐뚤빼뚤, 가끔은 넘어지고 아예 주저앉아 버려도 좋은 그 느린 걸음
느린 걸음으로 읽어나가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