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느리게 읽기 2 : 길을 찾는 도덕경

by 예그림
'모두를 사랑한다'는 말은 곧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요.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 p.80.

이 책에서만 본 독특한 구절이라기에는 어디선가 분명히 들어본 적 있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공정함과 자애로움, 모두를 사랑하라'는 유교의 가르침에 대해 노자가 신랄하게 비판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작가의 입장에서 쓰인 말이다.


유교에서의 공정함과 자애로움을 좋아하고, 교회에서 말하는 사랑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계산적인 인간인 나는 항상 어려웠다.

공정하다는 것은 특별할 수 없다는 것이고, 자애롭다거나 자비롭다는 것은 어쩌면 상위자의 입장에서 하위에게 베푸는 시혜적 느낌이 들어 불편할 때도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조건 없는 사랑보다는 경계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에 괜히 상처받기도 했다.


이 구절을 다른 책에서 읽었을 때에는 연애에 관한 글이었던 것 같은데, 내 첫 연애를 떠올리며 공감했었다.


첫 남자친구에 대한 기억은 미화되기보다는 '나도 서툰 면이 있었다'라는 반성으로 끝나지만,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상처가 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나에게 말했다.

'자신에게 첫째는 부모님이고, 둘째는 친구이고, 셋째는 일이고, 마지막이 여자친구.'라고.

친구에서 연인이 된 나로서는 황당했다.

사귀지 않고 친구로 그냥 지냈으면 두 번째일 수 있었는데, 사귀고 나니 네 번째로 떨어졌네..?

그 친구에게 정말 감사한 것은 그가 나를 찼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바보 같아서 그가 나를 차지 않았다면 군대를 기다리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 지도 못한 채 한참을 휘둘렸을 테니 말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꼭 연인 간의 애정으로만 생각하지 않더라도 똑같다.

나의 정의 상 '사랑'이라는 단어는 '특별함'과 연결된다.

다른 그 무엇보다 내가 어떤 무언가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렇기에 모두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사랑의 형태와 구성이 다양하기에, 다양한 사랑의 구성이 있는 만큼 그 대상이 여럿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모두'가 될 수는 없기에..



대신,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존재하는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세상의 어딘가에서 또 호의를 얻고 배려받으면서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만나는 세상에 조금 더 친절하고 사랑을 베풀게 된다.


세상과 사랑 중에 택하라면 사실 사랑하는 대상을 택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랑이 존재하는 이 세상도 조금 더 사랑해 보게 되는 것.



신규 교사 때 듣고 아직까지도 어려웠던 말 중에 하나가

'선생님은 아이가 없어서 모르시는 거예요'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예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일단 차치하고..


내가 아이를 가지고, 아이를 잃고, 또 다른 아이를 가지고 그들을 사랑하면서 그 말이 이해는 된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부모의 마음과 사랑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겠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조금 더 넓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는 결국 모두를 사랑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내가 대상을 사랑하는 만큼.

나와 대상이 함께 존재할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고 아끼고 싶다는 마음만은 사실이다.


각자의 사랑이 어떤 모습이든.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조금씩만 더 사랑이 있는 세상이 되길.

그리고 나도 그 사랑에 한 손 보태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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