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2 : 길을 찾는 도덕경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영리함이지만,
자신을 아는 것은 지혜다.
다른 사람을 이기는 데는 힘이 필요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데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만족하는 자는 부유하다.
변함없는 자는 야망을 넘어선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오래가는 방법이다.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 p. 110.
똑똑하다. 영리하다 등 비슷한 단어가 많지만, 그중 '지혜롭다'가 나는 단연 좋다.
개인적인 이유로는 내 이름에는 '지혜롭다'라는 뜻의 한자가 포함되어 있어서도 있지만, '지혜롭다'는 단순히 머리가 좋은 것을 넘어 인성이 포함된 단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IQ가 높다고 우리는 지혜롭다고 하지는 않는다.
'삶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지혜롭다고 부른다.
모든 나이가 든 사람이 지혜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삶의 경험이 쌓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지혜'이기에 나이가 들면 지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을 알고, 이기는 것도 우리는 똑똑하고 영리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알고 이기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상대와의 싸움에서도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우선된다.
지혜와 더불어 하나 더 이야기된 것이 '강인함'인데, 이것은 물리력이라기보다는 정신적 강인함을 뜻하는 것 같다.
인용문에도 언급되었듯이 '자리를 지키는 것'.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도 있듯이.
그 말이 무슨 짓을 해서든 살아남으라는 뜻이라기보다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꾸준하고 일관된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경험에서 자기 자신을 더 알아가는 지혜.
꾸준하고 일관되게 자리를 지키는 태도.
이 두 가지가 있다면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변함없는 자는 야망을 넘어선다'라고 했다.
야망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했지만, 더 나아가면 야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야망을 이루고 이루지 못하고를 넘어서, 그 너머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참된 장수란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것이다.
위의 인용구에 바로 이어서 나온 말이다.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장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느낌의 장수를 바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생략했었는데.
어쩌면 결론일지도 저 문구의 결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속에 이름이 남아있어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나는 역사에 이름을 길이길이 남겨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을 이기고,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름을 아는 분들 중에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분들도 많듯이.
물리적으로 생을 길게 산다고 해서 '장수'도 아니다.
계속 고통받고 아프면서 병원에 누워 산소 호흡기를 달고 100세까지 장수하고 싶은 사람은 드물 테니..
결국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자신을 알고 묵묵히 그 길을 가다 보면 죽음 너머에 무언가의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나는 꽤나 회의론자이기에 내가 혹시 죽으면 뭔가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남편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무언가를 남기거나 추억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당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이겨낸 사람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무언가를 남긴다.
그것이 죽어서 '이름'을 남긴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가치'를 남긴 것일지도 모른다.
죽어서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살기보다는.
그냥 내 길을 걷다가 떠난 그 자리에 좋은 가치가 남아있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