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2 : 길을 찾는 도덕경
소유 없이 창조하고, 기대 없이 베풀며, 지배 없이 양육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형언할 수 없는 덕의 특성이다.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 p. 142.
도덕경에 가장 많이 나오는 서술어 중의 하나는 '없다'가 아닐까 한다.
특히 'A 없이 B 한다'라는 구문 형태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A에는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들. B는 내려놓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
어쩌면 A를 내려놓지 않으면 B를 얻을 수 없다는 말처럼 읽히기도 한다.
책의 2/3를 읽고 난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의 핵심은 'Let it be'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말한다. 내려놓으라고, 그냥 두라고.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의 문제라고 정의했던 아들러처럼,
노자는 모든 문제는 내려놓지 못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출산을 준비하고 아이 양육을 앞두면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잘 기르는 것인지.
육아에 관련된 책들도 읽어보고 유튜브 영상도 보았지만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질 뿐.
대부분의 결론은 애바애(아이마다 다르다)라는 것이었다.
맞는 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획형인 나로서는 답답함이 앞선다.
직접 만나보기 전에는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그리고 부모로서 내가 어떤 성향일지도 잘 모르니까.
세상에 좋다는 것을 참 많은데, 그것이 다 좋은 것은 또 아니라고 하니..
그러다가 두 가지가 나를 편하게 해 주었다.
첫째는 지나영 교수님의 어머님이 해주셨다는 한 마디였다.
'아이는 잘 키우려고 낳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려고 낳는 것이다.'
둘째는 지금 읽고 있는 '내향 육아'라는 책.
아이에게 많은 자극을 주고, 잘 기르고, 잘 먹이는 데에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아이에게 맞는 것, 나에게 맞는 것이 따로 있다면 결국 가져가야 할 것은 하나이다.
'본질'
'잘 기르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기르려면 내향인인 나의 성향을 거슬러야 한다고 나도 생각했던 것 같다.
조리원 동기를 만나고, 사람들과 공동 육아를 하고, 다양한 체험을 시켜주고.
그런데, 본질은 '잘'기르는 게 아니었다.
그냥 '사랑하는 것'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자면 '사랑받는 것'
오늘의 인용구가 또 와닿는다.
소유 없이 창조하는 것.
아이는 내 소유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남편에게도 자주 하지만 우리는 '이심이체'다.
이제 아이가 생기면 '삼심삼체'가 될 것이다.
창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유 없이'일 것이다.
기대 없이 베푸는 것.
아이가 건강하고 똑똑하고, 착하길 바라지만.
그 셋 중 무엇도 아닐지도 모른다.
기대를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기대를 내려놓고 그냥 베풀고 사랑하는 것을 마음에 새겨본다.
지배 없이 양육하는 것.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통제할지 고민했는데,
지배하고 종종거리는 대신에 그냥 기르는 것.
아니 내가 돌보고 기르는 대신에 크고 넓은 울타리 안에서 뛰어놀도록 해주는 것.
결국 부모가 된다는 것은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도'를 깨닫는 것은 조금 어렵고 멀어 보이지만.
'덕'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이가 도와주지 않을까.
아이 덕분에 결국에는 내가 또 자란다.
켄 리우는 '덕'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 문구 역시 육아에 대한 것으로 읽혔다.
아무래도 아이를 낳고 기를 준비를 하다 보니 나의 에너지와 마음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낀다.
원래는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생각하는 것을 즐겼는데, 지금은 많은 부분이 아이에게 간다.
물론 아이에 대해 생각하는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내가 요새 골몰하는 것 중에 하나이지만, 나 스스로가 달라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