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2 : 길을 찾는 도덕경
결혼 생활에 대한 다양한 명언과 조언들이 있다.
도덕경에서 그런 조언을 찾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내가 남편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원전에서 이 챕터의 제목은 '전쟁에 대하여'로 병법가들이 말하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인데, 나는 남편과의 관계에 관한 말로 읽혔다.
병법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선제공격하기보다는 응전하고, 한 치 전진하기보다는 한 치 후퇴하겠다."
(중략)
그러므로 두 세력의 합이 엇비슷하다면, 전쟁을 즐기지 않는 쪽이 승리한다.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 p.171.
남편과 나는 잘 싸우지 않는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T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싸움보다는 '논쟁'을 하려고 노력한다.
올라오는 감정에 맡기기보다 감정과 생각을 이성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쓰는 편인 것 같다.
내 자랑이지만, 그건 내가 남편에게 학습시킨 방법이기도 하고, 우리 부모님께 배운 방법이기도 하다.
감정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남편이고 가까운 사이이기에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태도.
남편은 사실 화가 많고 욱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같이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러고 나면 항상 우울감이 덮쳐왔다.
살아가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사람이 쓰는 주요 감정이 있다고 한다.
남편은 그게 '화'이다.
미안해도, 서운해도, 속상해도, 슬퍼도, 답답해도 화를 낸다.
그리고 나는 그게 '슬픔'이다.
미안해도, 서운해도, 속상해도, 슬퍼도, 답답해도 슬프다.
그 성향을 알고 나니
남편의 '화'에 '화'로 대응하지 않는다.
더 불타오른다는 걸 아니까.
그냥 한 발짝 물러서서 그렇구나 한다.
그리고 정말 이야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할 때에는 나중에 따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그렇게 따로 이야기해도 바로 수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 말이 어디엔가 들어가서 태도나 사고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느낀다.
(아주 미미하지만..)
싸움에서는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이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싸우지 않는 것임을 이제는 안다.
남편이 화를 내거나 남편에게 화가 날 때,
물론 싸우고 싶고 남편을 바꾸고 싶지만,
남편의 뜻대로 나도 쉽게 바뀌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도덕경에서 만난 문구를 또 기억해 본다.
"두 세력의 힘이 엇비슷하다면, 전쟁을 즐기지 않는 쪽이 승리한다."
누군가는 정신승리라고 말해도 좋다.
그래도 나는 싸움을 피해 본다.
전쟁에서 이기기보다 전쟁 없는 평화가 진정한 승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