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한 권
짧은 평 :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여성의 인식과 몸에 대한 이야기. 나도 여성이지만 여성에 대해 정말 무지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며, 그 무지를 부끄러워할 줄 알도록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생리. 여성 분들은 듣기만 해도 짜증 나는 말일 것입니다. 저도 참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생리야 말로 해도 짜증 나고 안 해도 짜증 나는, 하지만 벗어날 수도 없는 것이지요. 심지어 생리 기간뿐만 아니라 생리 전 증후군부터 시작해서 배란통과 배란 증후군, 생리기간의 생리통까지. 우리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호르몬의 발작으로 여러 이상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하는 독서 모임에서 추천받아서 읽은 책인데요. 사실 예상과 조금 같으면서 달랐습니다. 예상과 같았던 부분은 생리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생리컵이나 대안 생리용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안 생리용품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조금 알아보고 찾아본 적이 있는데요. 생리대 파동 때 잠시 찾아보았다가, 대안 생리용품을 파는 곳도 잘 없고, 실험해 보기에는 무서워서 사용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다큐멘터리도 작성하셨듯이 다양한 정보들을 보아서 제공해 주시는 점이 매우 유용했습니다. 생리컵 사용에 대한 정말 현실적인 후기부터, 외국에서 생리를 받아들이는 관점 등..
(작가님과 촬영팀이 직접 사용해 본 생리컵에 대한 정말 현실적인 후기, 2016년 뉴욕에서 모든 공중화장실에 무상 생리대를 제공하는 법안이 진행되었던 점,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생리대보다 탐폰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 생리 용품의 선택권에 대해 말하는 외국 청소녀, 생리는 '선택'이라고 말하는 여성 등... 생각해 보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예상과 달랐던 점은, 생리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입니다. 작은 가슴에 대한 콤플렉스, 성경험과 성에 대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무지와 편견, 생리와 여성의 몸, 여성의 질에 대해 터부시되는 분위기 등 일상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리컵이나 생리에 대한 정보보다도 이 부분에서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요..)
좋은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너무 많기에 정말 좋았던 목차나 소제목을 일부 소개해드린 다음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 부분을 인용구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소개한 내용 외에도 좋은 내용이 매우 많으므로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생리 공감의 추천 목차와 소제목 모음>
1. 아프니까 예민한 거다 - 무지가 주는 상처들, 예민한 날이라는 미신
: 생리통에 대한 이야기...
2. 여자도 여자를 모를 때가 있다 - 생리혐오, 여성혐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깨우쳐준 것, 그들을 말하게 하라
: 여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생리와 생리통, 질에 대한 경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준 글.
3. 과거의 나와 결별하는 일 - '개성 있는' 가슴, 나일 때 자연스럽다.
: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인식의 이야기. 왜 우리는 몸에 대해 자연스러운 시각을 가지지 못하는가.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이야기.
<인용 구절>
생리컵을 쓰면 질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야 한다. 컵이 제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가끔은 스쾃 자세를 취하거나 손가락을 집어넣어 컵을 흔드는 방식으로 질을 '조절'해야 한다. 생리컵을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은 쓰고 버리면 되지만 컵은 관리를 해줘야 한다.
.....(중략)
이렇게 생리컵을 관리하다 보면 마치 열심히 이를 닦거나 치실을 사용하는 것처럼 내 질을 관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질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니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싶은 거다. 결국 내 몸에 무언가를 넣고 뺄지 결정하는 것도 나고 , 그 물건을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하는 것도 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생리공감 p. 189
이 책의 결론은 내가 내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내 몸인 만큼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의 말만 듣고,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미디어의 이미지에 속아서 내가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저 역시도 거기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이 구성적으로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아니라고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챕터마다 겹치는 이야기나 에피소드도 있고, 주어지는 메시지가 반복되기도 하며, 꽤나 강하기에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진솔하게 풀어나갔기에 가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이야기도 있으며, 생각의 틀을 깨 주는 면도 있지요.
이 책의 맨 앞장에는 딱 한 줄이 가운데에 쓰여있습니다.
"이 피로 태어난 모든 이에게"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생리혈로 일어난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여성들에게만 읽히는 글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기 망설여진다는 건.. 제가 아직도 용기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라 부끄럽기도 합니다..)
정말 좋은 책이기에... 함께 읽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