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한 권
세 줄 평 : 작가님이 삶의 여정에서 모은 슬픔과 기쁨의 단어들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에세이이기도 하지만, 가볍게만 보고 방심하다가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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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그림의 단어사전'이라는 컨셉으로 단어에 얽힌 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만났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이 책을 읽고 있기에 그 자리에서 책을 몇 장 훑어보았는데, 단어를 엮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제가 쓰고자하는 '단어 사전'과 유사해서 빌려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단어를 기반에 둔 삶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일까라는 게 시작이었지요..
전반부에서는 부러웠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글의 완성형이 이런 것일까 하면서 질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예쁜 말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얼마나 하나하나 소중하고 반짝이던지. 평범한 삶을 사는 소시민의 이야기지만,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어 나가고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풍파를 지나온 어른들이 알려주는 단어들. 그 단어들을 통해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주고 깨달음과 성찰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중반부에서는 울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울 계획(?)이 전혀 없었고 예상도 못했는데... T인 저로서는 읽고서 운 책도 많지 않고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눈물바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가족의 이야기, 대구 지하철 참사 가족의 이야기 등. 단순히 힘들다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극한의 상황을 지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사람을 넘어 파괴되어가는 지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새 B95의 이야기까지.
그들의 깊은 이야기와 삶을 살아내기까지의 과정도 눈물을 흘리게 했지만, 더 큰 것은 자기 반성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내 이야기일 수도 있다를 넘어 이게 내 이야기이기도 하구나. 라는 게 마음으로 와닿았습니다.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남들도 같은 고통을 겪어보라고 외치는 대신, 더이상 이런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저는 일상의 평온을 빚지고 있었음을 깨달아 눈물이 났습니다.
후반부에서는 공감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왜 타인의 슬픔을 이야기해야만 하는지. 그 슬픔을 넘어선 예쁜 말들이 삶에 왜 필요한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연대하며, 자신만의 기쁜 말들을 찾아가는 삶의 가치에 대해서 말이지요.
이 책의 부제는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사람이지만 사람을 살게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사람의 존재만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사람이 부재할 때에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언어'이지요. 인간은 근원적으로 혼자이기에, 결국 나는 나만의 언어로 만든 배를 타고 세상을 항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표지에서 넓은 바다를 혼자 수영해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떠올렸습니다. 저는 작가님을 전혀 모릅니다만, 이 분의 언어로 만든 배를 엿본 것 같아요. 예쁜 장식도 달려있지만, 밑바닥에는 상처를 땜질한 흔적도 있고, 타인의 좋은 언어를 이 배에 담기도 하셨지요.
문득 제 배에는 어떤 단어들이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기쁨의 단어로만 만든 배는 무게가 없어 부유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흘린 눈물을 생각하니, 무거운 슬픔의 단어가 제 배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타인의 좋은 언어도 많이 담아보렵니다. 튼튼하고 안전한, 이왕이면 예쁘기도 한 나만의 배.
책으로서 글로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분도 삶을 살아가게 하는 단어를 많이 얻어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