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1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오늘부터는 마지막 여섯 번째 축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가치'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그러면서 첫 번째 챕터에서는 '삶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의미의 흐름'이라는 제목으로 가치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삶의 형태에 집착한다. 어떤 직업을 가졌고, 월수입이 얼마이고, 어떤 집에서 살며, 대외적으로 어떻게 신망을 받는지를 중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의미가 부여되었을 때 '도구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중략)
한 발 물러나 바라보면 누구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전혀 없는, 나만이 추구할 만한 의미가 삶에는 가득하다.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에 짓눌려 보지 못했던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일상의 노력을 명확한 의미로 치환할 수 있는 사람을 그만큼 명확한 가치로부터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p. 237~238.
형태적인 가치는 '도구'에 불과하고 내가 의미를 두는 가치가 진짜라는 것.
그 의미는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나만이 추구할 만한 의미'라는 것.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인간의 의사소통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라는 매개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문장도 같은 단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또, 스스로도 알지 못할 수 있는 과거의 맥락들이 모두 합쳐져서 우리는 소통을 한다.
문장의 맥락과 말의 맥락을 살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가르치긴 하지만, 그것은 말로 가르쳐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자신의 경험'만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안다. 고전 문학을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전래동화를 들어온 우리와 달리 서양 동화나 다양한 주제의 요즘 동화를 읽고 자라서 맥락이 낯설기 때문이고, 사극을 보는 경험도, 조선 시대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듯이.
그래서 다른 브런치북 시리즈인 단어 사전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가치'라는 단어도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게 해석될 것이고, 누구도 정의를 내려줄 수 없는 것 같다. 결국 '나만의 의미'라는 것을 직접 정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님은 짧은 여름휴가를 위해 왕복 7시간 거리를 운전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자마자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일정. 나는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데, 작가님은 지치고 피로하지만 그다지 고되다고 느껴지지 않고 불쾌하지 않다고 한다. 아이와의 추억이 머릿속으로 곱씹으면, 운전이라는 것도 그 소중한 장면에 다가가는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있다고 의미 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요즘 내 일상 속 의미를 생각해 보니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것이 더 와닿는다.
이 브런치북도 주 5회 한 챕터씩의 글을 읽고 나의 글을 쓰고 있다. 주 5회가 좀 무리인가 싶지만 흐름을 만들어내려고 일부러 일정을 좀 타이트하게 잡았다. 항상 그렇지만 오늘도 컨디션도 나쁘고 주말인데 하루만 미룰까 하는 생각을 오후 내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 글쓰기가 나의 마음도, 생각도, 글쓰기 실력도 성장시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지치고 피로하지만 의미 있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 두 시간 대기를 해서 난임센터 진료를 받고, 매일 약을 먹고, 이틀에 한 번 주사를 맞고, 또 병원에 가고, 다시 호르몬제를 투입하는이 과정도. 지치고 피로하지만 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기에 의미 있다.
요새는 학교 일에서는 조금 의미를 못 찾고 있다. 수업 준비를 하다가, 활동을 기획하다가, 이게 입시에 무슨 의미가 있나, 이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에 멈추게 될 때가 많다. 입시에 의미가 없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주어진 시간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한가득이니 우선순위를 따지다 보면 항상 가치나 의미를 추구하는 활동이 밀리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요새는 오히려 수업이 편하지만 마음은 한 구석이 항상 답답하다. 분명히 강의식 수업과 EBS 문제 풀이도 의미가 있지만, '나만의 의미'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만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수업 시작 2,3분 정도는 공부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려고 한다. 한 편으로는 수능을 앞둔 고3 아이들에게는 그 2,3분도 오히려 방해일까 망설여진다. 하지만 단순한 진도 나가기보다 오히려 이 쪽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수업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가치부여이니 양보하기 어렵다.
내 삶의 목표가 '불행하지 않은 삶'에서 '의미 있는 삶'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무엇에서 의미를 찾을지 고민하기도 하고, 나의 의미나 가치를 명확한 명제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글쓰기의 의미, 수업의 의미, 아이의 의미, 삶의 의미.
일상은 무겁지만, 우리는 의미를 먹고 산다.
밥 먹을 때 모든 성분을 다 알고 먹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밥도 그냥 기계적으로 연료를 넣는 것에 불과하다면 링거를 맞거나 영양제로만 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영양제나 링겔만으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잘 먹고 잘 움직여야 삶이 살아진다.
의미나 가치도 똑같다. 어디선가 주어진 가치만으로는 살 수 없다. 결국 내가 의미를 꼭꼭 곱씹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고, 왜 하는지를 알아야 나만의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당신의 삶에 목마름이 지속된다면, 그 의미의 샘물이 메말랐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의미의 물줄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삶의 허무로 인한 목마름을 달래줄지도 모른다.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p. 238.
인용구로 마무리한다. 삶의 허무로 인한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얇은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 보려고 한다. 그 끝에 호수가 있을지, 폭포가 있을지, 강이 있을지, 우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다. 그러면 나는 그 땅을 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물이 안 나오더라도 대신 보물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